나나와 친구들의 수학탐험 시간여행

1장, 다락방의 시계

by 곽윤정

비가 내리는 오후였다.

하늘은 회색 구름으로 가득해 낮인데도 어두웠다.

골목 바닥에는 빗물이 작은 개울처럼 흘렀다.

가게 간판 불빛은 젖은 길 위에서 흔들렸고,

바람은 비 냄새와 젖은 흙냄새를 함께 실어 왔다.

나나는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며 걸었다. 물방울이 웅덩이에 떨어질 때마다 동그란 물결이 퍼졌다. 신발 속 양말은 이미 젖어 발끝이 시렸다.

멀리서 같은 반 친구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우산을 기울이고 서로 등을 밀며 웃고 있었다.

나나는 고개를 돌렸다.

집 앞 골목에 들어서자 오래된 나무 현관문이 보였다.

문은 비에 젖어 더 어두운 색으로 보였다. 손잡이는 차갑고 축축했다.

“다녀왔습니다.” 집 안은 고요했다.

거실 창가에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빗방울이 줄줄이 흘러내렸고, 벽시계는 똑딱똑딱 움직이고 있었다.

나나는 젖은 우산을 현관 구석에 세워 두고, 옷의 물기를 털었다.

부엌에서는 커피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나나는 부엌에서 쿠키 하나를 꺼내 먹었다.

달콤했지만 마음속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나나는 쿠키상자를 내려놓고 계단을 올랐다.

나무 계단은 오래되어 밟을 때마다 끼익 소리가 났다. 그때였다. 어딘가에서 틱, 틱, 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번은 짧고 한 번은 길었다.

꼭 누군가가 비밀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소리는 위층 다락방에서 났다. 다락방 문손잡이는 싸늘했다.

문을 열자 오래된 먼지가 흩날렸다.

낮은 창문 사이로 들어온 빛이 방 안을 사선으로 비췄다. 책장 위에는 작은 나무 상자가 있었다.

나나는 상자를 내려 먼지를 털고 잠금장치를 천천히 돌렸다. 뚜껑이 부드럽게 열렸다.

안에는 손바닥만 한 금빛 시계가 있었다. 표면은 유리처럼 맑았고, 안쪽에는 작은 별들이 별자리처럼 촘촘히 이어져 있었다.

시곗바늘이 돌지 않았지만 빛을 받아 금빛 선이 움직이는 듯 보였다.

시계의 뒷면에는 아주 작은 틈이 몇 개 있었고, 그 둘레에는 원을 따라 작은 점 열 두개가 보였다.

시계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에버라이트 – 시간을 걷는 자


그 순간, 뒤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나나?” 나나는 깜짝 놀라 시계를 떨어뜨릴 뻔했다.

문가에 유진이 서 있었다. “숙제 같이 하려고 왔는데… 그것은 뭐야?”

유진이 다가오자 시계 바늘이 짤깍 하고 떨렸다. 그러자 유리판 위로 글자가 떠올랐다.


현재 오후 2시 30분, 45분 뒤의 시각은?


두 사람은 동시에 숨을 삼켰다. “방금… 시계가 우리한테 물어본 거야?”

유진이 놀라며 말했다. 나나는 시계를 꼭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유진이 허공에 둥근 시계를 그리며 말했다.

“2시 30분에 30분을 더하면 3시. 거기에 15분을 더하면 3시 15분?”

나나도 확인하듯 말했다.

“45분은 30분과 15분으로 나눌 수 있어. 먼저 3시가 되고, 거기에 15분을 더하면 3시 15분.” “정답! 3시 15분.”

나나가 말하자 시계 속에서 낮고 깊은 울림이 퍼졌다.

순간 바닥 한가운데 은빛 원이 나타났다.

원은 천천히 회전하더니 문 모양으로 변했다.

“들어 가 보자.”

유진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은 반짝였다.

둘이 동시에 발을 내디디자 눈부신 빛이 퍼졌다.

두 사람은 거대한 시계판이 떠 있는 광장에 서 있었다.

시계판이 공중에서 오르내렸고, 가장자리 숫자 중 몇 개는 비어 있었다.

주변에는 작은 시계탑들이 줄지어 있었고, 시곗바늘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였다. 광장 중앙에서 숫자가 떠올랐다.

사라진 숫자의 규칙을 찾아 채워라 시간이 곧 문이 된다 유진이 배열을 가리켰다.

“3, 6, 9, 12 다음의 세 개의 숫자는?”

나나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3의 배수니까 15, 18, 21.” 숫자를 채우자 광장이 빛났다.

그 순간, 하늘에서 날개 달린 다람쥐가 내려왔다.

“안녕, 나는 피핀이야. 시간의 길을 안내한단다.”

피핀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곧이어 광장 끝에 검은 망토를 두른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손을 흔들어 도형과 숫자를 허공에 만들었다.

그것들이 땅으로 떨어지자 광장의 바닥이 갈라졌다.

피핀이 날개를 퍼덕이며 외쳤다.

“조심해! 케일러스가 너희를 시험하고 있어.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

가장 가까운 입구 위에 4와 사각형이 있었다.

유진이 입구로 들어섰다. 처음 몇 걸음은 괜찮았다.

그러나 곧 주위 풍경이 거꾸로 흘렀다.

“이 길이 아니야!” 나나는 유진을 붙잡아 되돌아왔다.

나나는 입구를 다시 살폈다.

왼쪽 통로 위에는 6과 작은 톱니바퀴, 8과 또 다른 톱니바퀴가 있었다.

두 그림은 겹쳐 있었고, 사이에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같이 도는 수를 찾아라 나나가 말했다. “톱니바퀴는 같은 수에서 만나야 해.”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공배수를 찾으면 돼. 공배수는 두 수의 배수 중에서 겹치는 수야. 우선 6의 배수를 말해 보자. 6, 12, 18, 24, 30… 이번엔 8의 배수도 말해 보자. 8, 16, 24, 32… 자, 두 수의 배수를 비교해 보면 둘 다 들어 있는 수가 있지? 바로 24. 이게 최소공배수야.”

유진이 외쳤다. “그럼 바닥에 있는 24 표시를 따라가면 되겠네!” 둘은 바닥의 24 표시를 따라 걸었다.

잠시 뒤 길은 다시 셋으로 갈라졌다.

하나는 삼각형, 하나는 사각형, 하나는 오각형 표시가 있었다. 아래에는 글씨가 있었다.


변의 합이 12가 되는 순서를 밟아라


유진이 손가락으로 세었다. “삼각형은 3, 사각형은 4, 오각형은 5. 3+4+5=12.”

나나는 바닥을 자세히 살폈다.

세 도형 앞에는 작은 화살표가 새겨져 있었다.

화살표는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유진이 성급히 사각형부터 밟자 바닥이 미끄러워졌고 벽이 좁아졌다. “순서가 틀렸어!” 나나가 외쳤다. “화살표가 순서를 알려 주고 있어.

삼각형부터, 그다음 사각형, 마지막 오각형.”

유진이 급히 발을 빼고 삼각형부터 차례로 밟자 길이 안정되었다.

세 통로를 순서대로 지나가자 벽에 작은 시계 그림과 질문이 적혀 있었다. 15분 단위로 셀 때 1시간 30분은 몇 칸인가? 유진이 대답했다. “90분이니까 6칸.”

벽의 작은 등이 여섯 번 차례대로 켜졌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옷은 젖어 있었고 얼굴은 지쳐 보였다. 그러나 눈빛은 또렷했다.

“여기에서는 틀리면 계속 처음으로 돌아가. 시간만 흘러가 버리지.” 그는 억지로 웃다가 고개를 저었다.

나나가 물었다. “여기서 뭘 찾고 있어요?”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을까 해서 들어왔어. 하지만 여기서 멈출 거야. 이제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거든.”

그는 주머니에서 은색의 금속 조각을 꺼내 나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찾았어. 이제 너희가 가져가.”

조각은 삼각형과 원이 겹친 모양이었다.

표면에는 선이 촘촘하게 새겨져 있었고, 선들 중 몇 개는 다른 선들보다 더 길었다.

나나는 조각을 빛에 비춰 보았다. 길이가 긴 선들을 이어 보니 뭔가 기호처럼 보였다.

나나는 조각을 에버라이트 시계 옆에 대 보았다. 조각의 격자 간격과 시계 뒷면의 작은 점 간격은 정확히 같았다.

마치 지도를 읽는 눈금처럼 서로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남자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처음에는 한 시간만 내놓으면 두 시간을 돌려준다고 했어. 그런데 나중엔 하루가 통째로 사라져.

내가 뭘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더라고.

그래서 이제는 돌아가려고. 너희도 조심해.”

그는 짧게 손을 흔들고 벽 틈 사이 좁은 길로 사라졌다. 발소리가 금속 바닥을 따라 멀어졌다.

피핀이 낮게 말했다.

“케일러스는 한때 시간을 지키던 마법사였어. 그런데 그는 실수와 게으름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위대한 사람들에게 팔려고 해.

엘리는 그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래서 둘은 갈라섰어.”

유진이 속삭였다.

“그래서 이런 시험을 만든 거구나. 틀리면 시간을 빼앗아 가려고.” 피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격을 본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누가 시간을 더 많이 가질지를 자기 마음대로 정하고 싶은 거야.”

그때 공기가 흔들렸다.

미로의 천장에 가느다란 금이 번졌다. 그 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소리라기보다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의심 같았다.

“그림자여왕이다.” 피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벽의 그림자 하나가 길게 늘어났다.

그림자는 사람 모양으로 바뀌어 팔을 뻗었다가 곧 연기처럼 사라졌다. 대신 귓가에 속삭임이 들렸다.

“너도 곧 틀릴 거야.” 나나는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틀려도 돼. 다시 풀면 되니까.”

피핀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대답이야.”

피핀과 아이들이 광장으로 다시 돌아오자 시계판이 빛나며 새로운 문이 열렸다. 피핀이 말했다. “오늘은 시각 계산, 배수, 최소공배수를 배웠지. 그리고 한 가지 더, 틀리면 되돌아가 다시 하면 된다는 것도.”

나나는 손에 든 은색 조각을 꼭 쥐었다.

규칙을 알면 길이 열린다. 그 생각이 마음을 단단하게 했다. 피핀이 주변을 살피더니 낮은 문을 가리켰다. “시계를 깨우면 근처 시간이 흔들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해 봐.”

아이들 앞에 큰 문이 나타났고, 다락방에서 처음 들었던 틱, 틱, 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그들 앞에 집 앞 골목이 펼쳐졌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이상했다.

빗방울이 허공에 잠깐 멈췄다가 한꺼번에 떨어졌다.

신호등 불빛은 빠르게 깜박이며 이상한 박자를 만들었다.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고양이 한 마리가 쓰레기통 위로 뛰려다 공중에 멈춘 뒤, 한 박자 뒤에야 가볍게 땅에 앉았다.

자전거 바퀴는 굴러가다가 바퀴살 하나하나가 얼어붙은 것처럼 멈췄다가, 다시 동시에 움직였다.

슈퍼마켓 전자시계는 3시 15분에서 멈추더니 분침이 두 칸을 건너뛰었다.

전봇대 끝에서 물방울이 툭툭, 툭툭, 툭툭툭 하고 떨어졌다.

유진이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셌다. “2, 2, 3.” 나나는 속삭였다. “합치면 7.”

그 순간 벽면에 그림자가 물결처럼 흔들리더니 골목 모퉁이로 사라졌다.

피핀과 아이들은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빗소리는 끊기고, 대신 낮은 종소리가 울렸다. 시계판의 빈 칸들이 빛났고, 은색 금속 조각이 부르르 떨렸다.

피핀이 말했다. “곧 엘리를 만나게 될 거야. 너희가 답을 더 빨리 찾도록 도와줄 거야.”

“엘리가 누구야?” 유진이 물었다.

“클라우드베리 언덕 너머의 작은 탑에 사는 마법사야. 숫자와 빛으로 규칙을 읽어 내지.

사람마다 가진 시간이 모두 똑같이 귀하다는 것을 지키려 해.” 피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아이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엘리는 빠르게 풀지만 천천히 설명해. 왜 그 답이 되었는지 스스로 말하도록 도와주지. 그게 진짜 힘이니까.”

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스스로 답의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네.”

피핀이 미소 지었다. “맞아. 지금처럼 근거를 말해 가며.”

피핀과 아이들 앞에 다시 문이 나타났다.

문 가까이 다가가자 낮은 속삭임이 들렸다.


짝수로만 지나갈 수 있다.


유진이 손가락으로 공중에 숫자를 적었다.

“2, 4, 6, 8, 10… 짝수는 두 개씩 센 수.”

피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곳에서는 짝수의 규칙이 바람처럼 흘러.”

문 안쪽의 다리는 가까이에서 보니 별을 뿌려놓은 듯 반짝였다.

다리의 발판 한 칸 한 칸에 작은 점이 새겨져 있었다.

짝수 칸에는 점이 두 개, 홀수 칸에는 점이 하나였다.

나나는 발끝으로 가장자리를 살짝 눌러 보았다.

홀수 칸은 푹 꺼질 듯 흔들렸고, 짝수 칸은 단단했다.

유진이 말했다. “만약에 실수로 홀수 판 위에 서면?”

피핀이 날개를 흔들었다.

“발판이 연기처럼 흩어지지. 하지만 기억해.

틀리면 돌아와 다시 고르면 된다.

오늘 네가 배운 가장 중요한 규칙이야.”

나나는 에버라이트 시계를 가슴께로 끌어안았다.

금빛 바늘은 아주 느리게 떨리고 있었다.

나나는 속으로 숫자를 천천히 세었다. 둘, 넷, 여섯, 여덟, 열.

나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규칙을 찾고, 근거를 말하고, 틀리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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