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 취미는 아닙니다

인내심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요?

by 곽윤정


수없이 직장을 옮겨다닌 사람으로서

53살 공기업 압박면접은 지금도 인상에 남는다.

당신은 왜 필기를 합격해서 우리를 곤란하게 하는지 묻고 싶은 듯한 간절한 표정의 면접관들에게 나는 최대한

공손하지만 뼈있는 대답을 했다.

저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싶습니다.

마음속으로 당신도 당신들의 자녀도 똑같은 것 아니냐는

마음을 최대한 겸손한 표정으로 숨기는 것은 필수다.


19살 중소기업 생산현장 2교대 근무

27살 중소기업 사무

36살 중소기업 해외영업

43살 공무원 지방직

46살 공무원 서울시 근무

50살 공무원 국가직 근무

53살 공기업 근무 시작


변명,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참을 수 없는 것은 급여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많이, 아니 조금이나마 개선되었으리라 믿고 싶다.


공무원을 도대체 왜 세번이나 그만두었는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좋은 직장을 그 나이에 포기하다니 안타깝고

약간은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한마디로 적당히가 아니고 최선을 다해서

일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내게 공무원이란 자리는

위염과 우울감, 무기력증이란 어떤 것인가의

실체를 경험하게 한 곳이다.


왜 세번이나 그만두었을까?

참을성이 없어서, 답답한 것을 싫어해서.

그리고 왜 세번이나 시험을 보았을까?

혹시 새로운 근무처는 다를까해서.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공기업이 공공성과 기업성이 조화된

모두가 희망하는 좋은 직장은 아닌 것 같다.

공기업을 세번을 옮기지 못해서

많은 공기업이 그러한지 확신하지는 못한다.


참을성이 없다는 것은 양면의 칼이다.

참을성이 없기에 나 자신이 변화가 있어야 했고

참을성이 없기에 공부를 놓을 수가 없었고

참을성이 없기에 승진하지 못했다.


이제 임금피크제로 3일만 일하면서

방치된 시간 속에서 다시

참을성 없는 나의 관성을 발견한다.


회사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변화하면서

왜 개인은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물러야 하냐고,

때로 그 조직에서 부품처럼 내팽겨쳐지는 사람들을

보고 나는 말하고 싶다.


이직이 취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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