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깨물다

익숙한 삶의 감각, 살아있다

by 곽윤정
역촌동 은밀베이커리

50대 후반이 되어도 살다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다.

나 이제 어떻게 살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순간

그 질문은 더없이 무거워지거나

가벼워질 것 같아서 챗지피티에게 물어본다.

인간이 ai에게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묻고 있다.


뻔한 답변도 있고

철학적인 답변도 있다.

순간, ai의 번뜩이는 철학적 사유에 놀라

챗지피티 답변 클래스를 높이려면

매월 금액이 얼마가 더 필요한지 살펴보고 있다.


갑자기 무엇이든 씹고 싶고

목으로 넘기고 싶은 욕망이 들었다.

이것도 ai가 따라올 수 있는 감각인지

생각하면서 동네 베이커리에 들렀다.


회사에서는 임금피크제로 3일만

일하라한다.

그것이 반가운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겸업금지 규정으로

책도 일정금액 이상 판매가 되면

판매중지를 해야한다고 했다.


일정금액이 너무 적고 소소해서

그만 쓴 웃음이 나왔다.

한 다섯권 정도 전자책이 팔렸다는

고백과 자진신고를 하며

40프로 줄어든 급여와

내 삶의 청렴의무의 이상적인 조화와

타협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울고있을 내가 아니다.


일하지 않은 기간 동안

다른 회사에 유노동 무임금으로

일하는 것을 회사에서

막을 도리는 없다는 생각에

채용공고를 보고

관심분야의 회사에 전화를

계속 걸었다.


나, 일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임금피크제로 3일간만 근무하기에는

너무나 일하고 싶은 욕구를

주체하지 못합니다.

해외영업 분야에서 일했으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급여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전화를 받은 회사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 한군데의 회사의 대표만이

유일하게 예외였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한 시간 남짓 통화한 후

서로 이름을 교환하고

다음주 목요일 만나기로 악속했다.

그렇다면

우리회사로 직접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당신이 할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매출규모와 언론보도 내역을

통화 후에야 확인했다.

작은 회사가 아니다.


59살은 숨만 쉬면서

취미생활만 해도 감사한 나이가 아니다.

적은 급여라도 만족해하며 감사해야만 하는

그런 나이가 아니다.


동네의 베이커리는 참 반갑다.

생존의 아이콘 같은

동지의 느낌으로 빵을 뜯어먹다가

손가락을 꽉 깨물고 말았다.


깊고 쓰라린 삶의 고통이

빵맛과 어울린다.


살아있다.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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