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뮤트-그레이시에 도달하기까지
퍼스널컬러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건 2010년대였다.
웜이냐, 쿨이냐만을 따지면 난 확신의 웜톤이었다.
문제는 ‘그냥 웜톤’이라고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구글에 웜톤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정리하자면 노란기 도는 피부, 초록 혈관, 골드 주얼리가 잘 어울리고, 코랄·오렌지·브라운 계열이 찰떡이라는 이야기이다.
당시 유행도 그랬다. 소녀시대 ‘Gee’ 시절, 컬러풀한 스키니진과 쨍한 색감들. 웜톤 추천 색상이라고 하면 오렌지, 피치, 밝은 베이지 같은 색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색상을 걸치면 촌스러워보였다. 분명 웜톤은 맞는것 같은데, 왜 어색하지?
그때는 ‘쿨톤병’이라는 말도 유행했다. 쿨톤이 예뻐 보이니까 괜히 쿨톤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표현이었다. 나 역시 그 대열에 끼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확실히 웜톤이라고, 스스로를 단단히 설득했다.
이후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4계절 분류가 등장했고, 나는 내가 가을 웜톤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했다.
카멜 코트를 입으면 과하게 멋낸 사람처럼 보였고, 머스타드를 입으면 얼굴이 칙칙해졌다. 에뛰드 섀도우 ‘시럽빼고 테이크아웃’을 바르면 답답해 보였다.
가을 웜톤은 확실한데 같은데, 왜 모든 가을 색이 어울리지는 않는 걸까?
2010년대 후반, 더 세부적인 분류가 등장했다. 봄라이트, 가을뮤트, 겨울딥…
“이거다.”
나는 확신의 가을뮤트라고 생각했다. 가을 트루도, 딥은 아닌.
확실히 이전보다 실수가 줄었다. 더 이상 색을 잘못 골라 촌스러워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어딘가 미묘하게 안 맞는 색들이 있었다.
와인색 상의를 입으면 얼굴이 동동 뜨고, 말린 장미 립은 오히려 안색을 어둡게 만들었다. 브라운도 종류에 따라 안어울리는게 여전히 존재했다. 왜 가을뮤트 색인데 안 어울리는게 여전히 존재하는 걸까?
2020년대, 나는 30대가 되었다.
소개팅과 데이트를 많이 하던 시기, 이른바 ‘여친룩’을 많이 입었다. 그 쇼핑몰들의 색감은 대부분 봄라이트 계열이었다. 완전히 잘 어울리진 않았지만, 뽀얗게 화장을 하면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됐다. 그때는 색보다 실루엣이 더 중요했다. 몸매를 부각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그러다 결혼을 하고, 개원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옷을 고르는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다. 화이트는 관리가 어렵고, 블랙은 칙칙하고 지겹고, 아이를 돌보다 뭐가 묻어도 티 나지 않는 색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고른 색들이 남들이 흔히 “칙칙하다”고 말하는 색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색들이 가장 찰떡이었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안색이 정돈되고, 사람이 차분해 보였다. 왜 그런거지? 신기했다.
그런 경험을 한 후에, 퍼스널컬러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가을뮤트에서도 라이트그레이시/그레이시/소프트/덜 같은 세부분류가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가을뮤트 안에서도 그레이시였다.
에토프, 올리브 같은 색. 회끼가 섞이고, 중명도에 저채도.
어렸을때는 나이먹어서 입는 색깔같고 칙칙하다 여겼던,
엄마들이 ‘그런 칙칙한거 입지 말고 화사한것 좀 입어’라고 등짝 스매싱할것 같은 그런 색상들.
여기서 앞서 보았던 웜톤에 대한 설명을 생각해보자. 나는 일단 ‘더워 보이는 색’이 안 어울린다. 설명만 보면 웜톤 추천 색상들은 대부분 따뜻하고 생기 있다. warm tone이니까. 하지만 그런 색을 입으면 미묘하게 촌스러워진다.
결론적으로 내 퍼스널컬러는 가을뮤트-그레이시.
대략 70% 웜, 30% 쿨.
회끼가 반드시 필요하고, 중명도·저채도가 핵심이다.
일부 쿨톤색상도 채도만 낮으면 어느정도 받아먹을수 있다. 예를 들어, 보랏빛도 쨍한 바이올렛은 안 되지만 더스티 모브 정도는 가능하다.
라이트 그레이시/그레이시/소프트/덜을 정리해놓은 색상표이다.
그레이시의 눈으로 보면 다른 색상들은 이렇게 평가할 수있다.
소프트 : 채도가 높다. 생각보다 쨍하다.
라이트그레이시 : 회기는 충분하지만, 명도가 과하다.
덜 : 나에게는 너무 어둡다. 이 색상표 기준으로는 채도도 소폭 높다.
가을뮤트라고 해서 다 같은 가을뮤트는 아니었다.
그레이시에게 중요한 건 “회끼 + 중명도 + 저채도”이다.
계절 이름을 붙잡고 10년을 돌았지만, 결국 답은 명도와 채도에 있었다.
그럼 나는 이 결론에 어떻게 도달했을까. 감이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그 과정은 다음 글에서 정리해보겠다.
※ 본 글은 개인적 관찰 과정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 본 내용은 전문 진단이나 공식 분류 기준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