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사별 2년 차.
일요일 새벽 시간, 어김없이 눈을 뜬다. '더 자도 되는데, 에이 씨' 이불을 버리듯 밀치고 침대를 벗어난다. '뭘 먹지?' 냉장고 속 먹다 남은, 찬밥, 돈가스, 어묵국 눈에 띈다. '그래 있는 것 데워 먹지 뭐'. 언젠가부터 아내가 뭘 먹을지는 관심 밖이다. 먹는 것만이 아니다. 주일 교중미사 나설 때까지, 아내가 씻고 화장하건 말건, 뭘 차려입는지 알바 없다. 내 먹을 것, 입을 것만 챙긴다. 아내도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무신경하다. 외출 때면 늘 발라주던 머리카락 젤도 내가 찍어 바른다. "쓱쓱~" 겉옷에 향수도 내가 뿌린다. 결혼 30년 차, 우리 부부는 그렇게 변했다. '이런 부부 생활, 무슨 의미 있나?' 돌이라도 씹은 듯 툭 내뱉는다.
성당 교중미사 시간 내내, 와이프는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늘 그렇듯이. '부부가 미사 시간에 떨어져 앉는다면 남 보기에도 꼴상스럽지 않을까?'. 우리 부부는 일어선채 서로 마주 보며 "평화를 빕니다"라고 웃는 얼굴로 인사 나눈다. '정말 그러기를..' 성당 앞마당에서 만난 신부님, 수녀님. 많은 신자들 틈 속에 스쳐가듯 손을 잡고 눈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신부님 표정, 오늘 나를 처음 본 듯하다. '조금 전 와이프 머리에 양손을 얹으시고, 항암 잘하고 오라시며 축복해 주시는 걸 봤는데.' '그때 나와도 눈 마주쳤는데..' 방금까지 보이던 와이프가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 옆 십자가상 앞에 갔나?' 헤매듯 찾아간다. 와이프, 십자가상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드리고 있다. '이그.. 간다면 간다고 하지 성당 와서도 지랄이야!' 기분부터 상한다. '이렇게 살고 싶나!'
미사를 마치고 오션뷰 카페 왔다. 이곳은 여름휴가를 즐기는 얼굴 모를 사람들로 붐빈다. '여긴 우릴 아는 사람 없겠지.' 나는 아내의 취향도 묻지 않고 주문대에 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아내의 음료수는 본인이 주문할 것이다. '아! 돈은 내가 내지 뭐'. 진동벨이 "찌리리"하고 소리 짖는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주문대로 간다. "이건가요?" 나의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온다. 아내는 아직 기다리는지 무심히 쳐다본다. 나는 슬쩍 미안한 척 눈을 마주 보다가 외면한다. 그리고 나의 커피를 손에 들고 입술로 가져간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카페에 같이 가더라도, 와이프에게 "뭘 시킬까?"라고 묻지 않았다고 깨달았다. 오늘 난 결심했다. '이런 우리 부부 관계, 이젠 끝장내야겠다!'라고..
아! 참! 난 배우자 사별 2년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