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지우기.

사별 2년 차,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다.

by fantasticbaby

와이프 사별 2주기, 인천교구묘원 '하늘의 문 성당' 봉안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얼굴을 아니 영혼을 마주한다. 따뜻한 그녀 눈길 느끼며, 가슴속 대화를 나눈다. "이제 그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라!"라고, "평소의 든든한 남편이자, 아빠로 살아가라"라고, 그녀는 나지막이 외친다. 마음속 아니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서러움이다. 이제 나는 배우자 생전, 그때 그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 과정 하나하나 삶이 아니다. 신성한 의식(ritual)이다.


(1/3) 큰방 침대에서 잠들기.

배우자 사별 후, 평소 사용하지 않던, 작은방 침대에서 잤다. 작은 공간, 캄캄한 어둠에 갇히면 마음은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난 이런 데서 자야 돼!' 나 스스로를 야단쳤다. 2주년 되도록 최근까지..


그러나, 이젠 큰방 침대, 와이프 생전 함께 사용하던 침대에서 잔다. 아니 사실, 잠 못 드는 밤의 연속이다. 차가운 침대 이불속으로 들어가 잔뜩 몸을 웅크리면, 갑자기 설움이 밀려온다. "가시나!"라고 나도 모르게 불쑥 내뱉는다. 순간순간 의식이 돌아오면, 홀로 잠든 나를 발견한다. 자고 깨고, 또 잔다. 새벽을 꼬박 지새운다. '잠이 보약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견뎌내자.


(2/3) 와이프 유품 정리.

지난주부터 집안 구석구석 물건들을 끄집어낸다. 옷장, 이불장, 베란다, 서랍장, 그리고 그 속 잡동사니들을 끄집어낸다. 화장품 액세서리 구두 골프용품 등, 집안 여기저기 와이프의 짐들이 널려있다. 나에게 필요 없는, 사용하지 않을 짐들을 정리한다. 미니멀리즘 생활을 꿈꾼다. 아니 와이프와의 이별을 감행한다. 여성용 기능성 화장품 종류가 이토록 다양한지 이제야 깨닫는다. 주황색 검은색 모자들, '나도 모자 쓰고 다녀볼까?'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약 약들, 병원에서 받은 기침약 감기약 진통제 모두 버린다. 희망으로 버티던 그 세월이 그립다.


(3/3) 토요 특전미사 가기.

"투둑" 책상 위 뭔가 부딪히는 소리, 정적을 깬다. 그리고는 다시 조용해진다. 도서관에서 성당 미사 시간을 기다린다. 와이프와 함께 자주 갔었던 토요일 특전 미사, 아내와 사별 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오늘 토요 특전 미사 간다.


성당은 이미 어둠에 묻혀있다. 성전문을 열고 들어서니 써늘한 공기, 따뜻한 주황색 불빛이 나를 반긴다. 밝은 조명아래 듬성듬성 앉아 있는 교우들. 앞자리에는 열댓 명 청소년들이 보인다. 와이프와 즐겨(?) 앉던 좌석 주위, 그분이 안 보인다. 처음 주문진성당 왔을 때 우리 부부를 반겨주던 분. '그분을 늘 토요 특전 미사시간에 봤었는데..' 피아노 성가 치는 분도 그대로이다. 서울에서 양양으로 오신 젊은 자매이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교중미사 시간에는 볼 수 없었던, 성모 동산 반짝이는 전구 등, 크리스마스를 떠올린다.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은 들뜬다.


와이프와의 사별 후 다시 그전 일상으로 돌아간다. '내 마음은 언제나 지우려나!' '이러다 보면 언젠가 아름다운 누군가를, 또 다른 그 사람도 만나겠지.' '잘 차려입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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