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사별

그리운 사람

by fantasticbaby

가름풋이 한쪽 눈꺼풀 올리며 핸드폰 화면에 뜨는 이름을 훔쳐본다. '이젠 연락 안 할 건데, 받아? 말아?' 찌르르륵, 찌르르륵, 어둠 속에 묻힌 공기가 깨어진다. '소리인가? 아니 진동?' '벌써 몇 번째인가?' 마치 누군가 내 귀 겉 피부 세포를 꼬집는 듯하다. 순간 부드러운 바닥, 침대 위, 자고 있는 나를 느낀다. 핸드폰을 쓰다듬듯, 위로 훌고, '곧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에 손가락을 올린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떠나보낸다. 아니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무의식 공간으로 빠져든다. 그것도 빠르게.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깊은 절벽 아래로 몸이 떠밀리는 무기력이다. 잠시 정신 든 찰나이건만, 내뱉고야 만다. '○○아! 보고 싶어.'


잠을 깨고 정신 차리니, 어느덧 오전 시간이 다 지나고 있다. '빌어먹을..' 이렇게 아침을 늦게 시작하니 화가 난다, 허무하다. 불쾌한 게 마치 아침 시간 못 받은 전화 때문인 듯 그 시간을 떠올린다. "별일 없지요?", "○○○씨 아나요?" 이렇게 시작한 통화는, "직원들과 언성 높였다고 들었는데.."라고 시작하여, 5년 전 친구 회사 근무할 때 얘기로 돌아간다. 지난 과거 어느덧 시간 흘러 지금은 아프고 후회스러운 일들은 잊어가고 있건만. 울긋불긋 봄 빛 색으로 그려가는 도화지 위에, 누군가 몰래 검은색 물감을 덧칠하고 달아나는 듯, 나도 모르는 구역질 나는 그때 얘기를 들려준다. 나의 결벽성을 긁어낸다. 위벽을 뚫고 역류하는 그 무엇을 토하는 기분이다. 돈 번다고 수모를 당한 일은 많다. 그러나 퇴직하고 그것도 서울 가면 늘 만나 보려고 하던 사람이던 만큼,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는 쓰라림이다. '지가 뭐 안다고! 지랄이야!' 툭 내뱉고는, 내심으로는 그 시간들 후회한다. 곧이어 보고 싶은 아내를 떠나보냈던 그 시간들 덧난 상처 가득한 기억 속을 뚫고 간다. '아~ 자기야!'


그가 봤다는 들었다는 나의 모습,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시는 통화하지 않겠다.'라는 것이다. 같은 공간과 시간에 있다 하더라도, 서로의 기억은 다르건만. 물론 나도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행동한 시간들로만 기억한다지만. 옆에서 지켜보지도 직접 듣지도 않았는 인간이, 비아냥거리듯 들려준다. 끝이다. 사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둘째 딸 혼인을 치르면서도, 한번 연락 주지 않던 사람이다. 본인이 필요하니 또 나에게 전화한다. 이렇게 또 한 개의 세상을 잘라낸다. 나 스스로 고독한 길을 찾아간다. 이렇게 나이 들어 가는가 보다. '얼마나 많은 과거와, 사람들과 또 이별을 해야 하나?' 모든 걸 감싸줄 것 같은, 사별한 배우자가 그립다. 와이프 영정 사진 속 눈동자로부터 얼굴을 돌려 먼 곳에 시선을 던지며 중얼거린다. "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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