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1.
지하철의 맨 앞 칸에 앉아있었다. 지하철이 진행하는 방향 앞에서부터 좌석에 번호를 붙인다면 마주 보는 한 자리를 제외하고는 가장 이른 번호일 오른편 좌석의 가장 끝 자리였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팔을 걸 수 있는 이 자리는 정말 좋다. 양쪽의 끝자리를 제외하면 이제 지하철 좌석은 너무 불편하다. 서구화된 체형에 맞지 않는 좌석의 넓이에 더해 내 오른쪽과 왼쪽으로 덩치 큰 남자 둘이 앉았을 때의 답답함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럴 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피하느냐 대항하느냐.
나는 성격대로 내가 앉은 그 자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려고 팔짱을 끼고 어깨를 비비고 들어가 좌석의 등받이에 딱 등을 대고 눈을 감기보다는 앞으로 상체를 내미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느긋하게 팔을 걸어놓고 주위를 둘러볼 수도 있었다.
미아역에서 출발한 지하철이 두 정거장을 지나 길음역에 도착함을 알리고 있었다. 길음역은 섬식 승강장으로 되어 있어서 나는 고개를 들기만 해도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 앞의 1-1, 1번 차량의 첫 번째 문이 열렸다. 1번 차량의 다른 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렸지만 그 문제의 1-1번 문에 서있던 것은 단 한 커플이었다. 여자가 올라탔고, 그녀는 타자마자 뒤로 돌아 승강장에 서서 인사를 하고 있는 그녀의 남자 친구를 바라보았다. 내 고개가 하필 거기 있었던 탓에 나는 그 남자가 말없이, 촐싹 맞아 보이는 줄도 모르고 귀엽게 손을 흔들거나 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러운 자세와 입꼬리를 살짝 올린 미소로 그녀를 향해 눈으로 수많은 사랑 한단 말을 전하는 것을 모두 보았다.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녀도 아마 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문에서 탄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데도 그 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1-3번 문에서 탄 한 아주머니가 내 앞쪽의 좌석까지 걸어와 자리를 차지할 때까지도 계속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닫히고, 전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그 여자는 뒤로 돌아서 한쪽에 손잡이를 잡고 선다. 늦은 저녁인데도 피곤한 기색 없이 눈가에 웃음이 가득해서, 그 기분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며칠쯤 지나서 오늘에서야 생각해보니 지하철에 타고 내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그 두 사람만이 기억에 남은 것은 1-1번 문 때문이 아닌가 싶다. 1-1번 문에서 1 한 사람과 1 한 사람이 애정의 신호를 - 주고받는 모습이 왠지 묘하게 어울렸던 것이 아닐까.
겨울이라서 그런지 요즘은 가끔 나도 곧게 서서 한 사람으로. 멀리 등대에서 불빛을 보내듯이 눈으로 깜빡깜빡 애정의 신호를 보내고 싶다.
나 여기 있어요. 거기 듣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