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상담기록] 6회기

by 정인

매주 상담이 끝나고 당일, 혹은 다음날이면 복기를 하곤 하는데 이번 상담은 너무 힘들어서 도무지 떠올릴 용기가 들지 않았다. 사실은 상담 도중에 도망갈 뻔했다. 선생님, 더 이야기하기 싫어요,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는데 참았다. 물론 그 말을 하면 선생님이 내 요구를 수용해 주실 것을 알지만, 도망가는 것도 무서웠다. 재경험은 언제 겪어도 끔찍하다. 이 상담실을 찾고는 상담 중 거의 운 적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정말 1시간 반 내내 운 건 처음이어서 상담실을 나서면서는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어떻게 지냈나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온 딸기타르트를 선생님께 건네고 상담실에 앉은 내게 돌아온 첫 질문이었다. 무엇을 말할지 항상 계획하고 오는 편인데, 이제는 그 부담을 약간 내려놓은 것 같다. 주제를 꼭 준비해오지 않아도 된다. 난 충동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꺼냈다.



-음... 어머니랑 산책을 나간다던가, 집 안에서 대화하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집 밖? 안전하지 않은 환경? 그런 데서 어머니랑 있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아니면 어머니가 제게 어디 함께 가자고 물으시는 것 자체가 트리거일 수도 있고요...



내가 겪고 느낀 일이지만 묘사하기가 참 어려웠다.



-월요일에 어머니가 명동 신세계백화점 외벽에 전시하는 미디어아트를 보고 싶다고 같아 가자고 해서 마침 회식도 취소한 김에 갔단 말이죠. 연말이니까 트리도 화려하고, 사람도 많고, 전시물도 예쁘죠. 그런데 그걸 보면서 아무 감동? 감흥? 그런 게 들지 않아요. 친구들이랑 갔으면 분명히 감탄하면서 사진을 잔뜩 찍었을 텐데... 그리고 어머니가 김밥을 먹고 싶다고 하셔서 백화점 지하에 있는 김밥집을 가려했는데, 어머니가 돌연 백화점 가판대에서 마감세일로 파는 김밥을 먹자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러고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하자마자, 김밥이 너무 차갑다, 저걸 사는 게 아니었는데, 등등 불평을 시작하신 거죠. 저는 그냥 김밥을 먹으면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어요. 그냥 입안에 든 게 차갑다는 감각을 느끼며 으적으적 씹었죠. 어머니한테는 "내가 다른 곳을 가려했지만 엄마가 선택한 거다."라고 대꾸만 했죠.


-그게 어떤 느낌인가요? 감정과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일까요?


-네... 몹시 무감각해지고, 무감동? 그런 느낌. 세상과 분리되는 느낌이에요. 내가 있는 곳과 내가 동떨어지는 기분...?


-그 느낌을 지금 불러와볼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도 익숙한 일이라 난 언제라도 무감각해질 수 있다. 소파에 앉은 몸이 축 늘어지고 머릿속이 텅 비워졌다. 얼굴 근육에 힘이 빠지며 표정이 없어지고, 눈을 뜨는 힘도 약해져 바닥만을 내려다보았다. 왠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줄줄 났다. 선생님은 갑 티슈를 내쪽으로 살짝 밀어주시고 말씀하셨다.



-지금 슬퍼하는 아이가 있네요. 그 아이는 왜 슬픈가요?



아이는 모르겠고, 내 몸에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했다.



-슬프기보다는 좀 무서운 것 같아요.


-무엇을 무서워하죠?


-감각, 감정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봐요. 앞으로도 엄마랑 외출할 때마다 동일한 느낌이 반복될까 봐요.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세상에서 뚝 떨어져 나갈 것 같아요...



눈물은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내가 이 세계에 소속감을 느낀 지는 불과 3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서른 살의 생 중 스물 일곱 해 가량을 나는 세계에 속하지 않은 이방인으로 어딘가를 배회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오래 전의 무감각한 느낌들이 들면, 이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배척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몰려온다.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우리가 무감각한 감각과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감각이 강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우리가 대화하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우린 궁금한 것뿐이죠.



한껏 젖은 얼굴을 양손에 파묻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괜찮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안전해. 내가 망망대해나 우주에 뚝 떨어질 일은 없을 거야. 아, 스물일곱까지의 나는 대체 어떤 기분으로 삶을 살아온 거지. 이미 한 차례 세계에 소속감을 느껴서 배척당하는 게 더 무서운 건지, 아니면 마음 붙일 곳 없던 그때도 끊임없이 공포에 떨고 있었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 기억 상 아마도 후자였을 것이다. 난 계속계속 울었다. 선생님은 내가 끊임없이 흐느끼자 슬픔에 몰입하지 않도록 계속 감정을 멀찍이 떨어뜨려주려 하셨지만, 난 이미 깊고 깊은 예전의 감각들 사이로 끊임없이 침잠하고 있었다.



-그 무감각한 기분과 이야기를 해보죠.



생각보다 상담에는 이미지화가 중요하다. 난 보이지 않는 것에 말을 거는 게 너무도 어렵다. 그래서 떠올려낸 게 어린 왕자에서 가로등을 켜고 끄는 점등인이었다. 내 행성을 밝히는 전등을 순식간에 꺼버리는 아이. 이미 한참 울어버려서 산더미처럼 쌓인 휴지를 노려보며 10cm가량의 모지 쓴 아이를 떠올렸다.



-고통을 느끼지 않게 무감각해지는 건 생존에 꼭 필요한 기능이에요. 보통 초식동물들은 위협이 닥치면 얼어버리죠.


-한밤중 고속도로 위 고라니처럼요?


-네. 만약에 사슴이 뛰다가 사자한테 잡혔어요. 그럼 산 채로 뜯어 먹히겠죠. 엄청나게 통증이 심할 거예요. 그래서 무감각한 상태는 사슴의 고통을 덜어준답니다.



선생님은 부드러운 어조로 다시 물어보셨다.



-그 아이가 감각들을 끄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 제가 상처를 받겠죠.


-상처를 받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 숨이 막혔다.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입 밖으로 꺼내기가 힘들어서 꺽꺽 울면서 숨을 고르다가 결국 토해냈다.



-죽고 싶어 져요.



또 한 차례 대화가 끊겼다. 어깨를 들썩이며 하염없이 울었다. 이런 걸 다 견뎠다니. 잊고 있던 감정들이 오랜만에 목을 졸라왔다. 성인의 시선으로 돌이켜봐도 감당이 안될 상황이었다. 어린 나는 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 아이는 열심히 일했겠네요. 정인 씨가 죽고 싶어지지 않도록, 상처받지 않도록요. 그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아마 걔가 없었으면 지금까지 못 버텼을 거예요. 살지 못했을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 아이한테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고맙다고 말하니 손가락 세 마디만 하던 아이는 두 배쯤 크기가 커졌다. 그 변화가 기묘하고 놀라웠다.



-그 상처받고, 죽고 싶어질까 봐 무서워서 감각을 꺼버렸던 순간으로 되돌아가봅시다. 언제쯤인가요?


-어렸을 때 저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맞는 애였거든요. 어머니가 뭘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아요. 무언가 말을 하면 또 비난하고 빈정거리실 거고, 어차피 맞는 건 똑같기 때문에... 어차피 기왕 맞을 거면 그냥 말 안 하고 맞는 게 나았어요. 그럼 비난이라도 덜 들으니까. 여동생은 저를 보며 항상 답답해했어요. 걔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순간을 모면하는 애였거든요. 언니, 왜 아무 말 안 해, 맞기 싫잖아, 뭐라도 말해, 그랬었는데... 전 그게 잘 안 됐어요. 그래서 그때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버텼어요.


-지금 들여다보면 그 애는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인가요?


-이 순간이 얼른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상황을 견디고 있어요.



도망갈 수도, 반항할 수도 없었다. 그저 나와 세계를 분리시키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지금 어른이 된 정인 씨가 그 아이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안쓰러워요...


-지금 그 아이에게 정인 씨가 손을 내밀어줘 봅시다. 아이가 어떤 반응인가요?



고개를 저었다.



-쟤는 어른을 못 믿어요.


-왜일까요?


-쟤 상황을 본 다른 어른들은 도와주지 않았거든요.



젠장. 너무 많이 울어서 탈수가 올 것만 같다. 눈이 점점 부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랬군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을 누군가 목격한다면 경찰을 부를 거예요. 이제는 아동학대 신고가 의무가 됐잖아요. 정인 씨 부모님은 체면을 중요시하시니까 경찰이 한 번 오면 더 때리지 않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죠?



끄덕였다. 어른들은 나를 도와주지 않았지만 사실 여동생은 도와주려 시도했었다. 내가 심하게 맞을 때는 때리지 말라고 울면서 내 방으로 뛰어올 때도 있었다. 한 번은, 여동생이 내가 아버지에게 너무 많이 맞는 것을 보고 패닉 해서 112에 전화를 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관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자마자 정신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 신고를 해서 아버지가 잡혀가거나 문제가 생기면, 집에 돈은 누가 벌어오며 우리는 어떻게 살지? 그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스쳐서 바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고 했다.



-어른을 믿지 못하는 아이의 믿음을 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시간이요. 그냥 옆에 가만히 있어주면 될 것 같아요.


-그럼 모든 사람을 방에서 내보내고, 아이 옆에 있어줍시다. 더 필요한 게 있나요?


-책이요.


-과자들은 필요 없어요?


-책 볼 때는 아무것도 안 하는 애라 괜찮아요.



한동안 그 심상에 집중했다. 침대에 앉아 벽에 등을 대고 동화책을 넘기는 아이. 서늘한 종이의 감촉과 사각거리는 페이지 넘기는 소리. 어느 순간 이제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었다. 선생님과 조금씩 아이에게 안전한 세계를 만들었다. 안전한 방.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 분홍색 침대와 두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무슨 책을 좋아해요?


-쟤는 가리지 않고 다 읽어요.


-더 읽을 책이 없어서 다 읽는 거일 수도 있죠. 특별히 더 좋아하는 책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집에는 책이 정말 많았다. 거실 한 벽면 가득히 책이었고, 내 방도 마찬가지였다. 난 우리 집의 모든 책을 다 읽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활자를 지나치게 좋아했다. 욕조에 들어가서도 샴푸나 린스통의 성분명을 읽을 정도로. 그래서 다른 가족들이 찾는 책이 있으면 보지 않고도 "거실 두 번째 책장, 밑에서 세 번째 칸에 수평으로 뉘어 꽂혀있는 검은 표지"라고 설명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나도, 유달리 좋아하는 책이 있었다.



-한국 동화책을 좋아했어요.



화목한 가족이 나오는 동화책을 좋아했다. 지금도 제목을 떠올릴 수 있다.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

당시 좋아했던 책을 떠올리며 조금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이제 진정이 됐으면 아까 아이가 느꼈던 감정들을 우리가 가져가겠다고 말해주세요. 거기에 무엇이 있을까요?


-누군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줄 알아. 나도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원망이 드는군요. 또?


-내가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래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이 외에도 몇 가지 더 말을 하고, 그 마음들을 심해에 가라앉혀서 바다의 제일 밑바닥에, 아주 깊은 해구에 꼭꼭 파묻어버렸다. 그리고 빈자리를 메울 마음들을 찾았다.



-태어난 것도 나쁘지 않아.


-살아있어서 좋아, 이런 건 어때요?


-... 선생님. 저는 지금도 태어나서, 살아있어서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쁘지 않다 생각할 뿐이다. 선생님은 모든 태어나는 것들은 이유가 있다고 나를 위로하셨다.



-제가 엄청 예민한 사람이에요. 시각적으로는 아주 미세한 표정... 특히 불쾌감 같은 걸 무척 잘 읽어서 계속 신경쓰이고... 청각적으로도 예민해요. 수저와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가 듣기 괴로워서 구내식당을 갈 때마다 힘들고, 피곤할 때는 사람 목소리만 멀리서 들려도 유리조각 위를 맨발로 밟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완전히 무감각하니까, 이것도 좀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레이더가 엄청 민감하거나, 혹은 아예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게 꺼버리거나, 좀 극단적이네요. 하지만 위험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게 꼭 나쁘지 않을 수 있어요. 민감한 것과 예민한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음... 예민하다는 말에는 부정적인 어감이 내포되어 있어요. 보통 같이 쓰는 말이 유별나다, 과민하다, 짜증 내다, 이런 말들이기도 하고요.


-맞아요. 레이더가 민감한 것과 예민한 건 달라요.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표정들을 읽는 것, 그것도 분명 정인 씨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가 있을 거예요.



깊은 한숨이 나왔다. 예민과 민감의 차이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예민에 가깝다. 가끔은 미쳐 날뛰는 내 감각들을 다루는게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아무 때나 경보가 울리는 건... 너무 피곤해요. 어렸을 때는 매일 잠에 들기 전, 하루를 되돌아보며 제가 했던 말들과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한밤중이더라도 바로 사과를 했죠. 사과를 받는 상대방은 대개 제가 뭘 미안해하는지도 모르더라고요. 제가 상대가 저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다고 느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던 거죠.




이제야 몸에 긴장이 슬슬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상담을 시작한지 불과 1시간 반 만에 녹초가 된 몸을 살짝 소파에 기대었다.



-아. 그런데 오래된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괜찮아요. 걔들 표정에서 안 좋은 신호를 발견하더라도, 그게 별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친구가 하는 어떤 말이 마음에 턱 걸려도 그게 악의가 있지 않다는 걸 알고요. 그래서 레이더가 감지되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죠. 그렇게 친구들 관계에서는 레이더를 켜고 끼는 걸 누가 하고 있죠?


-제가요.


-어머니와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훨씬 어렸을 때부터 지속되었기 때문에 아직 그 아이가 통제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제 정인 씨는 어른이고, 그 아이는 안심하고 머물 곳을 찾았으니까.


-제가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요. 주도권을 항상 잃지 마세요. 정인 씨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요.



상담이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정인 씨가 어머니에게 선택권을 완전히 맡겨버린 것 같네요.


-아마도... 맞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선택하면, 어머니의 불평이 다 제 탓이 되잖아요.


-어머니의 불평은 정인 씨 때문이 아니에요. 그냥 제 생각인데 어머니는 정인 씨가 가려던 곳을 가셨어도 불평을 하셨을 거예요. 기껏 찾은 곳인데 김밥이 딱히 맛있지도 않다, 그러실 수도 있겠죠.


-하하하... 너무 뻔하죠. 아마 비싸다, 신세계까지 와서 김밥을 먹어야 하냐, 그러시겠죠. 본인이 김밥을 먹고 싶다고 하셔서 찾은 것인데도요.



내가 선택한 것을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내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닐 수 있다. 그냥 어머니는 시종일관 무엇이든, 자기가 고른 것까지도 만족하지 못하는 분이기 때문에, 어머니조차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 거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어린 내가 왜 자꾸 책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지 궁금해하셨다. 예전의 상처받은 모습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늘 아이의 방에 침대와 책만 넣어줄 거라고, 쟤는 그거면 충분할 거라고 여섯 번 상담 중에 네 번쯤 말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야,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하니까요. 집중하면 주변 소리도 안 들려요.


-아이가 책을 정말 좋아서 읽은 걸 수도 있지만, 불안한 상황에서 도피하려고 집을 수 있는 게 책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 번쯤 생각해 봅시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욕망할 수 있는 것의 최고가 책이었다. 물론 숙제 안 하고 책 읽는다고 많이 혼나긴 했지만, 독서는 내게 그때는 나름 합법적으로 공부 외 다른 세계로 피할 수 있는 일탈이었다. 돌이켜 떠올려봐도 그 당시의 내가 책 말고 무언가를 좋아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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