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사고 싶어 안달이 난 컬렉터가 아니라,
사고 싶지 않은데 사야만 하는 건축주들.
이들을 위해 제 직업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의 JD를 정리하자면,
안 사고 싶은 사람 위해 대신 작품 고르기와
안 보고 싶은 사람 위해 작품 설치하기
가 되겠습니다.
건축물을 다 지어도 미술작품을 설치하지 않으면 사용 승인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마치,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데 주선자가 어르고 달래서 소개팅 자리에 억지로 끌고 나오는 걸
내가 이미 알면서도 나가는 상황..
느낌, 아시죠.
예전에는 대충 조건만 맞춰서 해치우는 느낌이었었다면
이제는 건축주들도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름의 성장을 거듭하며
이왕 돈 쓰는 거, 잘 썼다고 소문나고 싶어 졌습니다.
너무나 현명하고
지극히 발전적인 전략이지만
문제는 마치 미술 작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 치트키처럼 기대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이런 작품들을 원한다는 거죠.
심플하면서도 강렬하고,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하며,
트렌디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작품.
돈은 내가 낼게.
누가 가져 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