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렌도 결국 진격의 거인 시청자였을까?
좋은 작품의 조건 중 하나는 독자들로 하여금 논쟁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평면적이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옹호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일 테니까
진격의 거인, 2030년 안에 이 작품을 뛰어넘거나 비슷하게 평가받는 일본작품이 나올까?
거인을 썰어버리는 액션으로 시작했지만 그게 끝이 아닌 민족 간의 대립과 철학 그 안에 사람들의
고뇌가 작품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렸다.
안 본 사람이 있으면 보는 걸 추천하고 (라프텔로) 이 글을 시작으로 진격의 거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보는 시리즈를 연재해보고자 한다.
작품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부분들은 새로운 민족 마레의 등장과 두 번째는 '길'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일 것이다. 길이 뭐지? 시조 유미르가 죽음을 피해 도망친곳이다. 유미르의 자식 3명이 유미르를 먹고 그 자손들이 또 먹고....
결국 모든 에르디안인은 '시조' 유미르로부터 나오게 돼서 길이라는 곳에 태어날 때부터 속하게 된다. 이곳은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하며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시조만 사용가능) 돼있고 이곳의 모래로 아무것도 없는 공기에서 거인을 만들어 낸다(핸드메이드로)
세 번째가 바로 진격의 거인이 운명론인가에 대한 논쟁을 부르고 만물에렌설을 만들어낸 진격의 거인 능력이다. 진격의 거인능력은 전계승자나 이후 계승자의 기억을 볼 수 있고 프리츠왕가와 접촉할 경우 과거&미래를 볼 수 있다. 히스토리아손에 닿았을 때는 지 아빠가 시조를 죽이는 모습을 보고 지크(거인)와 접촉을 한 후 시조의 거인의 능력을 얻었다. 이 능력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과거 현재 미래에 모든 일을 보고 개입이 가능해졌다. 아버지에게 죽이라고 한다던가.
에렌은 땅울림의 이유로 '그냥' 아니면 벽 바깥에 실망해서 혹은 멍청해서의 약간씩 다른 이유를 말한다. 확실한 건 아르민이 자유의 노예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원해서 달리지만
누가 채찍질하는 것처럼 반강제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80%를 죽여서 괴로워하는 모습, 손목 잘린 애를 구해주고 미안합니다라며 우는 모습을 볼 때 이미 땅울림을 하는 미래 자신이 죽는 것까지 '미리' 알지만 다른 선택을 하지 않는(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미 다 결정되어 있는 거 아니냐? vs 자신의 의지로 한 것이다
라는 논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에렌이 애의 모습으로 드디어 이 장면에 도달했다라고 말한것은
미래를 보고 자신의 의지로 그것을 만들어 나간 것인까 아니면 뭔 생쇼를 했어도 그 '미래'에 도달할 예정인것인가?
아르민과 길에서 대화할 때 에렌은 아무리 해봐도 바꿀 수 없었다는 상당히 애매한 말을 한다,
무엇을 했단거지?
일단 난 일본어를 모르고 자막에 나온 대로 생각해 보면아무리 미래를 봐도, 다르게 행동해 봐도, 거스르려 해도 뭐 이런 식 일 텐데
어쨌든 모두 에렌의 행동이 순수하게 자신의지 100%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사 중에 정해진 미래라도 내가 원했던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좋게 좋게 간 것일 수도
지하실에서 일기장을 본 이후 에렌은 갑자기 삶에 현타가 온듯한 모습을 보인다. 바다를 보고도
이때 이미 진격의 거인의 능력으로 미래의 '기억'을 본 상태라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자신이 죽는 것도 알고 그 이후에도 전쟁이 계속될 거라는 미래도 알고 있다.
순차적이 아니라 한 번에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의 미래와 사망 그 이후를 알게 된다면 알게 된 '순간'부터 그것이 내 삶일까?
나는 나인가? 그저 미래의 기억으로 달려가는 테이프나 동영상 재생선의 위치 표시점인가?
이를 종합해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결정론을 주장하는 쪽이 더 일리가 있다고 본다.
에렌은 '자유'라는 동영상 제목의 재생바가 되어버린 거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가끔씩 동영상 재생을 멈추고 앞이나 뒤로 왔다 갔다 거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끝으로 가야 하는
하지만 결정론을 부정하고 의지를 주장하는 쪽도 이해할 수 있다. 왜 우리는 결정론을 싫어하는가?
모든 게 정해져 있다는 결국 허무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언젠가 죽는데 왜 살아.
이거 완전히 지크예거잖아?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고통받지 않았을 텐데.
인간=생명체는 종을 번식시키기 위해
태어나서 고통을 받다가 공포에 떨며 죽는다. 아르민은 친구들과 뛰어다니거나 시장을 가거나 그 '순간'에 이를 위해 태어났구나를 느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이걸 느끼 다니 보통애는 아니다. 지크도 캐치볼을 하는 순간이 좋았을 뿐 삶의 거창한 목적이나 이유를 찾기보다는 생명은 그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걸 깨닫는다.
그래서 정답이 뭔데??
내 생각은 에렌은 결정된 미래에서
자유롭게 살다 죽었다.
정말 모든 게 유미르나 아니면 운명이 결정한 대로 행동했으면 친했던 애들 모아서 길에서 노가리 까고 미카사랑 신혼생활도 해보고 이런 거는 못했지 않았을까?
진격의 거인 등장인물 중에 지 맘대로 행동하는 인물은 에렌이 최고인데 운명론이라고 하기에는 돌발행동을 너무 많이 했다.
그것도 운명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에렌이 정해진 영상을 상영하고 마지막 순간에 멈추는 재생바였을지라도
앞으로 가는 것만큼은 자신이 원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