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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유학은 왜 오신 거예요?

다양한 꿈을 꾸게 된 둘째

by 윤슬

새로운 학기가 시작됨에 따라 학부모 상담을 하게 됐다. 나는 여느 때처럼 아이 3명의 상담일을 같은 날로 신청, 시간 조율을 통해 30분 간격으로 삼 형제의 학부모 상담을 진행했다.


먼저 3학년 둘째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농촌 유학은 왜 오신 거예요?" 선생님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다. 작년 여름, 농촌 유학을 간다고 하니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농촌 유학을 온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자연에서 배우고 성장하다.

가장 많은 부모들이 농촌 유학을 선택하는 이유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도시에서 살던 동네는 신도시로, 무수히 많은 아파트, 잘 정비된 도로, 계획된 공원과 도서관이 적절히 위치해 있었다. 물론 아이들이 그곳에서 못 지냈던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흙을 밟고, 산과 들판을 보며 자연과 더 어우러져 자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서 아이들은 심심하면 땅을 파고, 본인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눈이 오면 이글루를 만든다며 하루 종일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매일 산을 보며 학교를 간다.


물론 시골도 예전의 시골과는 많이 다르다. 이곳이 오지도 아니고, 차도 많이 다니고 흙보다는 아스팔트 길로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ㅋ 하지만 도시에서 하지 못한 경험들을 수시로 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 활동 많이 하기.

시골 학교도 읍에 있는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도시의 학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60명 이하 작은 학교는 예산이 더 많이 배정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전교생은 현재 32명이라 다양한 지원이 많다.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무료로 할 수 있다. 피아노/첼로, 드럼, 미술, 뉴스포츠, 오케스트라(색소폰, 금관악기 등), 놀이영어,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있다. 선택이 아니라 교과 수업처럼 전교생이 함께 정해진 방과 후 수업을 듣는다.


승마 체험, 전국권 체험학습, 국외 체험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운동회, 발표회, 졸업식 등도 도시의 학교와 다르게 아이들만을 위한 행사로 진행된다.


이렇게 다양한 체험을 하고 나니, 아이들의 꿈도 수시로 바뀐다. 오로지 꿈이 '축구 선수'였던 둘째는 "나는 드러머가 될 거야",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하더니 "나는 색소포니스트가 될 거야", "군대 가서 관악대에 들어갈 거야" 등 벌써부터 미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처음 해보는 주택 생활.

삼형제는 태어나면서부터 쭉 아파트에 살아왔다. 당연히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았고, 그래서 아파트 1층에 살았었다. 시골로 내려오고 나서 처음으로 주택에 살게 됐다. 창문만 열면 집 앞은 논과 밭이고, 현관문 밖에 나가면 친구와 형들 집이다.

도시에서는 친구들과 놀려면 연락해서 미리 시간 약속을 잡아야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더 자유롭게 오며 가며 놀 수 있게 되었다. 날이 좋을 땐 여러 가족이 모여 바비큐 파티도 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기도 한다.



농촌 유학이 상상하는 것처럼 마냥 다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어쨌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건 다 비슷하다. 학생수가 적지만 아이들의 교우관계도 그렇다.

어쨌든 아이들이 아직 "나 이 학교에서 졸업할 거야"하는 거 보니 시골학교가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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