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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의
생애 첫 면접
by
윤슬
Dec 27. 2024
7월 첫째 날,
학교엔 현장체험학습을 내고 시골로 갔다.
살고 있던 집에서 330km
평소 장거리 많이 다녔던 터라 생각보다는 멀지 않네 하는 생각으로 내려갔다.
장마가 시작된 건지, 유독 비가 많이 내린 7월 첫째 날이었다.
면접 보기로 한 날도 비 예보가 있어서,
이왕이면 비가 내리지 않을 때 학교를 봤으면 해서(첫인상이 중요하니까)
아무도 없는 저녁 7시쯤 학교를 향했다.
축구를 아주 좋아하는 둘째와 셋째는 축구 골대와 운동장 상태부터 확인하고
나는 일부러 '오~ 학교 진짜 좋다. 트랙도 새로 깔았네?' 하며
아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다른 지역에 여행 갈 때마다 축구하러 그곳의 초등학교를 다니곤 했어서
새로운 초등학교도 생각보다는 낯설지 않았던 것 같다.
숙소 근처에서 맛있는 갈비를 먹고, 여행 온 듯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였다.
면접은 오후 2시라서 가까운 관광지도 가고, 점심도 먹고 시간 맞춰 학교로 갔다.
총 5 가정을 뽑는데 우리 가족이 거의 마지막이라고 하셨다.
잠시 후, 한 교실에 들어가 보니 교감선생님과 젊은 남자 선생님 두 분이 면접관으로 계셨다.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을 마주 보고 앉았다.
농촌 유학 왜 오고 싶어? 엄마가 신청해서 왔어요.
어떤 거 좋아해? 축구, 레고 등
00 이는 축구하고 싶은데 친구들이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친구들하고 친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할 거야? 등 아이들에게 질문이 이어졌다.
둘째 셋째는 이때만 해도 축구 생각뿐이어서,
선생님이 질문만 하며 축구.. 축구.. 축구...
면접 끝나고 나서 남편이 '축구 유학 온 줄 알겠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잠시 다른 교실에서 선생님과 보드게임을 하고,
엄마 아빠만 선생님들과 면접이 이어졌다.
엄마가 운전은 가능한지, 평소 학교 행사에 참여는 많이 하는지 등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이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중심의 질문이 많았다.
면접이 끝난 후, 합격하면 지내게 될 모듈러 주택을 둘러보았다.
도시에서도 안 살아본 새집이라니! 거기다가 앞에는 논 뷰!
새 가구까지 갖춰진 집을 보니 아이들이 마음이 많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ㅋ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고,
오는 내내 합격한 것처럼, '이사는 어떻게 하지?', '우린 붙을까 떨어질까'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김칫국을 마셨다ㅋ
결론적으로 우린 합격을 했고, 아이들에게도 합격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왜 전학 가야 돼?', '그냥 여기서 계속 다니면 안 돼?' 라며 그렇게 기뻐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평소에 무언가 강요해서 억지로 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이런 전학에 있어서도 아이들의 뜻이 가장 중요한 게 맞지만,
이번엔 어차피 큰 호응을 받지 못할걸 알았고, 계속 농촌유학에 대해 좋은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렇게 우리의 농촌 유학은 결정되었다.
2024년의 무더운 여름, 머릿속은 온통 2학기에 펼쳐질
아이들의 새로운 시골 살이로 걱정반 기대반 가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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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시골로 농촌유학을 온 초등학생 삼형제의 일상을 기록합니다. 방방곡곡 여행 기록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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