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페어웨이 벙커

위기는 몰려온다.

by Three Lee

골프를 치다 보면 언제나 위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강한 바람, 벙커나 깊은 러프에 빠져 버린 볼 등 위기 상황은 언제나 찾아올 수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려고 힘을 주다 보면 또 다른 위기 상황을 맞이하곤 한다. 이 벙커에서 저 벙커로, 러프의 볼을 탈출시키려다 너무 세게 맞아 반대편 러프로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위기에만 집중하면 자꾸 또 다른 위기가 다시 찾아오는 것 같다.



임신 초기에 쌍둥이 중 한 명을 먼저 보내고 나니 더욱 조심해지기 시작했다. 어렵게 임신을 하였기에 출산까지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10개월간 뱃속에서 잘 자란 아이는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세상에 나와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백일잔치까지 무사히 마치니, 이제 모두 잘 되었구나 하는 안도감도 느꼈었던 것 같다. 아기 한 명을 낳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었는데, 새삼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6개월쯤 지났을 무렵, 아기가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기지개를 켜는 동작 같았으나 일정하게 반복되는 동작에 불편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팔을 들었다가 급격히 내리는 행동을 반복해서 몇 번을 하는 것이었다. 눈에는 눈물 같은 게 맺혀있는 듯했다. 뭐가 본인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고 억지로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점점 심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비슷한 행동에 대한 인터넷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일명 잭나이프 신드롬 이라고도 불리는 영아연축이라는 난치 희귀병의 증세였던 것이다. 관련된 인터넷 자료들을 찾아갈수록 점점 숨이 막히는 듯했다. 마땅한 치료제도 아직 없을뿐더러 예후도 안 좋다는 내용의 글들이 많았다.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심정이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강남에서 가장 좋다는 산부인과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증상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진찰을 하고 나니 의사는 그 병이 맞다는 진단을 내렸다. 당장 이 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며, 더 큰 병원에 찾아가 보라는 말만을 너무도 무심하게 업무적인 태도로 얘기하고 있었다. 서울 그중에 강남에서 가장 좋은 병원이라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니 화가 치밀고 걱정되는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상위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진단서를 받아 들고, 관련 분야에서 유명한 의사 선생님이 있다는 신촌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서는 지체할 겨를이 없어 응급실을 통해 입원실에 입원을 하려 하였다. 응급실에는 보호자 1명 만을 허용했기에 아기는 아내와 같이 들어가고, 나는 응급실 밖에 앉아있었다. 초조하게 밖에서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혹시라도 아기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토록 어렵게 얻은 아이인데 왜 또 이런 시련이 나에게 오는 것일까. 남들은 애 낳고 별문제 없이 잘 키우며 살던데, 왜 나만 이렇게 힘이 들고 어려운 것일까.

제가 대신 아플 테니 아기를 낳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밖에서 기다리는데 부모님의 전화가 울려왔다. 경과가 궁금한지 계속해서 벨이 울리고 있었다. 걱정시켜드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받아서 현재의 상황을 차분히 설명해 드리려고 했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의 초조함과 걱정되는 마음을 최대한 감추려고 했으나 말투에서 울먹임을 숨길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아 병실로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기는 입원을 해야 했기에 와이프는 병원에서 아기와 같이 머물러야 했다. 갑작스러운 입원에 대하여 아무런 준비를 해오지 못했기에, 나는 집에 가서 여러 가지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오기로 했다.


예전의 위기가 잊힐 무렵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티 샷의 실수는 세컨드샷의 미스 확률을 높인다. 티 샷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세컨드 샷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이때 뒤땅 같은 미스샷이 발생하게 된다.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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