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찾아오는 끝없는 고독에 대해.
5년 가까이, 쉬지 않고 연애해왔다.
라는 것은 계속 남자를 갈아 치웠다는 뜻은 아니고, 긴 템포로 두 사람을 만나왔다.
그리고 지금, 이제 더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없겠지 했던 마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아주 깊이, 또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연인의 모습에서
아주 낯선, 영 모르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찾아오는 고독함은 연애가 하고 싶어 안달이 났을 때 느끼는 외로움과는 결을 달리한다.
경중을 따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후자가 가을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풍경의 것이라면, 전자는 추운 겨울 내리는 부슬비 같은 느낌이랄까.
거부감, 충격, 두려움같은 것들을 동반해, 으슬으슬 스며드는 고독이 되어
잘 피해지지도, 쉽게 떨쳐낼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연애라는 행위는 결국 모든 인간이 혼자라는 사실을 가장 달콤하게, 때로는 견딜수 없이 쓸쓸하게 깨닫게 만드는 것 같다.
물론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안타깝게도 그간의 모든 연애에서 이러한 고독감을 맛보아왔고, 결론적으로는 2/3의 확률로 그들과 결별해 왔다.
이제 어쩌면 곧, 3/3이 될지도 모르고.
내가 정의하는 '연인관계'란 이렇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기꺼운 마음으로, 닥쳐오는 상황들을 함께하는 사람들."
그간의 나의 연인 관계는 다양한 이유로 막을 내렸지만
어쩌면 가장 큰 이유는 둘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는 단어가 달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도 함께해주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전술했던 으슬으슬한 종류의 고독을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이러한 이유에서.
마지막이길 바랐던, 나의 연인에게 나는 오늘 물어봐야겠다.
'언어'로 정의하는 너의 '연인 관계'는 어떤 모습이냐고.
섣부른 단정일지는 몰라도, 그가 정의할 그 한 문장이 많은 것들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