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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ree Ways Nov 29. 2022

1년 동안 몰랐던 사실_제주여행 세 번째 이야기

알고 보면 허당입니다만

저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합니다. '글을 쓰는 작가니까 사진을 못 찍을 수도 있지'라고 위안을 삼아봤지만 못 찍어도 너무 못 찍습니다. 아주 그냥 사진에 감성을 1도 담을 수 없는 현실주의 작가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여행지나 풍경이 예쁜 곳에 가면 누구나 예쁜 사진 하나쯤 찍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알게 된 어플이 있습니다. 바로 '후지카메라'라는 어플인데요. 이 어플은 사진을 못 찍는 사람도 잘 찍는 것처럼 보이는 마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은 필름 카메라 같은 색감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빛 조절도 다양하게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오묘한 느낌의 예쁜 사진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아래에 어플을 켜면 나오는 화면을 봐주시겠어요? 이렇게 화면을 볼 수 있는 구멍이 매우 작습니다. 구도나 사물, 풍경이 잘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매번 감으로 여러 장을 찍어야 한 장을 겨우 건질 수 있었고,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죠. 그래도 이 어플이 주는 색감이나 느낌이 좋아서 종종 사용하고는 했습니다.  


후지 카메라 어플 화면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이 후지카메라 어플을 켰습니다. 풍경이 너무 예쁜데 제 사진 실력으로는 도저히 좋은 사진이 담기지 않아서 이 어플의 힘을 빌려보려고 한 것이죠. 제가 이 어플로 찍은 사진 중에 얻어걸린 사진을 보여주자 같이 여행하던 작가님들의 동공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색감이 너무 예쁘다며 바로 어플을 내려받으시더라고요.ㅎㅎㅎ 지금사진 작가님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지만 이 어플은 처음 알았다며 마음에 쏙 들어하셨습니다. (왜 때문인지 지금사진 작가님이 좋아하는 모습에 괜히 뿌듯했습니다.)


그렇게 어플을 내려받고 제가 설명을 했죠. 이 어플은 필름 카메라 느낌을 준 것이라 그런지 화면을 볼 수 있는 구멍이 매우 작다고요. 그래서 제대로 구도나 사물을 보고 찍기가 어려워서 여러 장 찍어서 그중에 한 장이 얻어걸리면 행운이라고요. 그러니 최대한 많이 여러 장 찍으면 된다고 했죠. 저도 간혹 답답해 저 작은 구멍에 눈을 가져다 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혹시나 조금 크게 보일까 싶어서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사진 작가님이 갑자기 막 웃으면서 저를 보는 거예요. 왜 그러지?라는 눈빛으로 제가 작가님을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사진 작가님이 말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쓰윽 저에게 보여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머나, 세상에. 제가 지금까지 작게 보던 앵글이 커져 있었어요. 무려 위에 연두색 부분이 전부 앵글로 바뀌어서 사진 찍기 편하게 아주 크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제 휴대폰의 어플을 이리저리 보아도 화면이 커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거 어떻게 한 거예요? 제건 안되는 거 같은데?"

"에이, 같은 어플인데 그럴 리가요. 아까 지노그림 작가님한테 안되면 뭐든지 막 눌러보라면서요."

"누르는 게 없는데..."

"어쩌다 여기가 잘못 눌린 거 같은데 화면이 커졌어요."

"헐..."

"설마 지금까지 이걸 몰랐던 거예요?"

"네, 1년 째요..."

"우하하하."

"역시, 허당이라니까."



저 작은 앵글을 터치하면 화면이 커지는 거였어요. 지금 사진 작가님은 이런 제가 너무 웃기는지 이 어플로 사진을 찍으며 계속해서 웃습니다. 제 허당끼로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이 즐겁다면 저는 너무 행복해요. 그건 그런데 1년 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매일 사진을 어렵게 찍느라 고생했던 저에게는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ㅎㅎㅎ


옆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지노그림 작가님이 저를 허당이라고 놀립니다. 사실 놀릴 만도 한 이유가 있었어요. 이 어플을 작가님들께 알려주기 전에 지노그림 작가님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링크 거는 법을 알려달라고 해서 제가 알려드렸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뭐라고 했냐면, 안되면 일단 아무거나 이것저것 눌러보세요. 그러면 대강 사용하는 법을 알 수 있어요. 이렇게 당당히 이야기했거든요.


그런 제가 이 어플은 이것저것 눌러볼 생각을 1도 하지 않았던 거예요. 무려 1년 동안 저 작은 앵글로 무엇인가 봐 보겠다며 애를 쓰고 노력을 한 거죠. 그리고 이것은 필름 카메라라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오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다고 나름의 해석을 하기도 했어요.ㅎㅎㅎ (작가라고 나름의 해석을 이렇게 했다는...)


덕분에 남은 여행 기간 동안 후지카메라 이야기로 매번 웃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아마 함께 여행하며 이 어플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마다 웃으며 이 이야기를 하겠죠. 1년은 우리를 웃게 해 줄 좋은 추억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완벽하게 보이고 싶고, 단점은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시간이 흐를수록 저의 단점이나 허점으로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게 좋아요. 자꾸 웃기고 싶은 욕망이 커져서 큰 일입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들이 좋고요. 이렇게 조금씩 편안한 저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이를 먹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어플이 얼마나 예쁜 사진이 나오길래 제가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진을 찍었냐고요? 아래에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이 어플로 찍어주신 사진을 몇 장 공개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당장 다운로드하고 싶어 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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