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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릴랜서 Mar 16. 2020

#5 한국 좀비의 흥행 시작, 부산행

한국에 퍼지기 시작한 좀비 바이러스

한국의 좀비영화에 큰 획을 그은 부산행. 이제 한국 좀비물은 부산행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부산행의 성공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부산행 이후 한국 좀비물은 어떤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부산행>, 소재와 장르의 도전


<부산행>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부산행은 우리나라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비'라는 존재 자체는 미드를 통해서 익히 접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비물 자체를 낯설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좀비가 등장한다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왜냐하면 좀비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괴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이질감과 불쾌감만 생성하고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부산행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성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외에 또 한가지 주목해야할 것은 감독을 맡은 연상호 감독이 원래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제법 유명한 국내 애니메이션을 많이 제작했다. <돼지의 왕>과 <사이비>가 가장 대표적이다.


<돼지의 왕>, <사이비>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이중 <돼지의 왕>은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이라고 한다. 2011년(개봉일 기준)에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를 하고 2016년(개봉일 기준)에 <부산행>으로 첫 장편 영화 데뷔를 했으니 상당히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진 일이다. 애니메이션 감독 중에 이렇게 빠르게 영화계에 데뷔한 감독이 있었나? 싶다. 아마 애니메이션 감독 중에 실사영화 감독으로 데뷔하는 감독도 몇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된데에는 사연이 있다. 연상호 감독은 <서울역>을 먼저 구상을 했는데,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이 너무 좁다보니 실사영화에서 성공을 거두면 애니메이션으로 그 관심을 함께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실사영화인 <부산행>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씨네 21 인터뷰에서 발췌)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역>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객관적으로는 오성윤 감독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나 <언더독>보다 성적이 좋지 못했다. 이들은 애니메이션으로 단독 개봉했는데도 각각 220만, 19만 5천이라는 관객수를 기록했다.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의 관객수는 14만 7천명 가량이다. 그러나 이정도 관객수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 연상호 감독의 개봉한 장편 애니메이션 중 가장 높은 흥행스코어이며 <부산행> 덕택에 전 국민들이 그의 이름을 알게 되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감독 중에 처음으로 브랜드화 된 감독이기 때문이다.


한국 '좀비' 소재의 의미


<부산행> 이전에는 한국 좀비 영화를 극장가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이전에 한국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던 소재에 대한 메리트 때문인지, 혹은 흥행이 보장된 소재라는 것 때문인지, 좀비를 소재로 활용하는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좀비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였다. <워킹데드> 같은 드라마는 즐기면서 그게 한국에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좀비 바이러스는 예상보다 훨씬 한국에 잘 스며들었다. 이러한 디스토피아적인 소재가 잘 정착한데에는 물론 영화의 구성이나 연출, 연기 등이 좋았던 것도 있겠지만 사회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사회적인 요인은 관객들이 그 영화를 보고싶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아 조금 어렵지만 쉽게 생각하면 이렇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울적하거나 슬픈 날, 슬픈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펑펑 흘리며 감정을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 이게 개인이 아니라 전반적인 관객들의 성향이라면? 사회적인 분위기가 우울한 상황에서 우울한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많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시대 상황이 불안정할 때 오히려 디스토피아적 영화들이 나올 수 있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이 영화의 프리프로덕션이 진행되던 2014년부터 개봉되던 2016년까지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건을 필두로 큰 충격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었다. 이러한 사회적인 배경들이 어찌보면 <부산행>의 흥행에 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좀비' 사극까지 진출하다


좀비 소재는 사극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부산행>의 여파인지는 모르겠으나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이후에 몇편 등장했다. 부산행 이후 사극에 좀비를 접목하려 시도를 했던 첫번째 영화는 <창궐>이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괴물을 등장시킨 영화는 <물괴>다. 둘 다 흥행성적이나 평점이 좋지는 못했다.


영화 <창궐>과 <물괴>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 검색을 하다보니 <창궐>의 원작은 네이버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툰이었다.


<창궐>과 <물괴> 모두 같은 해에 개봉했는데 이 둘의 공통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연 배우들이 주로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창궐>의 주연 배우는 현빈과 장동건이며, <물괴>의 주연 배우는 김명민과 김인권이다. 혜리도 등장한다. 앞의 네 배우들은 영화에서보다 드라마에서 배역을 맡았을 때 작품이 더 좋은 평가를 얻곤 했다.


영화에서 흥행참패를 맛보았음에도 넷플릭스에서는 같은 소재의 드라마에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사극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초기 사극 드라마들은 <대장금>처럼 대부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이후 <성균관 스캔들>처럼 로맨스를 중점으로 시대적 배경만 빌려오고 내용은 창작되는 드라마들이 많았다. 그러다 이제는 좀비라는 새로운 소재가 등장했다. 이는 사극에서 괴물과 맞서 싸우는 그런 기회를 열어준 것 그 이상이다. 사극에서 적용될 수 있는 판타지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대장금>, <성균관스캔들>, <킹덤>


앞으로도 <킹덤>과 같은 드라마들이 계속 탄생할지는 알 수 없으나 <킹덤>이 현재 넷플릭스에서 상당히 성공적으로 시즌 1을 마쳤고, 얼마 전 시즌 2가 넷플릭스에 등록되었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좀비들의 기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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