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사회를 그리는 괴수 영화
아카데미 시상식은 늘 영화계에서 하나의 큰 이벤트였지만, 사실 그들(할리우드)만의 리그나 다름없었다.
이번에는 특히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우리나라에 큰 이슈가 되었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 앞당겨 조명해보는 작품. <괴물>
한국 영화에서 <괴물>의 위치
<괴물>은 한국 최초의 괴수 영화는 아니다. 한국 최초의 괴수 영화는 1962년 김명제 감독의 <불가사리>이며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괴수 영화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잠시 후에도 언급할 심형래 감독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국 괴수 영화들이 혹평 세례를 받았던 가운데 <괴물>만큼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대중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실제로 <괴물>의 성공 이후 괴수 영화들이 조금 더 관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 이후로 100억원 대의 상당히 큰 스케일의 괴수 영화들이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괴생명체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사실 요즘보다는 예전에 인기있던 소재이다. 그 중 특히 유명한 영화는 <킹콩>이나 <고질라>일텐데 이들 이후로 우리에게 임팩트있게 다가온 괴수들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국에는 <괴물>이라는 괴물이 등장했다. 전세계인들에게 영향을 끼치진 못했으나 한국인들에게는 적잖이 충격을 준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바로 실제 있었던 '맥팔랜드 사건'을 모티프로 괴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하니 당연히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괴물>의 특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괴물>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괴물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서, 혹은 괴물이 도시를 파괴하는 장면이 매우 스펙타클해서가 아니다. 영화에서 괴물이 하는 것은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 외에 별로 없다. 모든 사회적인 기능들과 인간 사이에서 신뢰가 무너지는 것 등은 모두 인간 스스로가 자초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족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기에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다.
<괴물> 이후의 한국 괴수 영화들
그 이후에도 괴물과 관련된 영화들이 줄지어 나왔다. 특히 괴물 이후 가장 주목받았던 괴수 영화는 심형래 감독의 <디워> 였는데 순제작비가 300억 총 제작비가 700~800억이라는 소문이 들렸다. 그리고 한국의 이무기를 모티프로 했으나 배경은 LA이고 배우도 외국 배우들을 기용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제작비 투자와 외국 배우 캐스팅이 가능했던 이유는, 단연 <괴물>의 성공으로 괴수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전체적인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관객수 785만 명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제작비 규모 자체가 매우 커서 투자한 금액 대비 생각한다면 <괴물>보다는 다소 부족한 성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관객들에게 스토리에서 엄청나게 혹평을 받았다는 것이다. 혹평을 받고도 이정도 흥행을 하는 영화는 정말 드물다.
약 800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면 영화계에서는 대박에 속한다. 이로 인해 그 이후에도 또 다른 괴수 영화들이 등장한다. <7광구>나 <물괴> 등이다. 하지만 점점 더 스토리에 대한 혹평이 심해지고 흥행 성적도 점점 나빠졌다. <7광구>와 <물괴>는 각각 총 제작비 130억, 125억이 들었다고 하는데, 관객 수는 각각224만명, 72만명에 그쳤다.
괴물의 과거와 현재
근본적으로 스토리의 문제점도 있겠지만 혹시 이런 흥행 참패가 괴수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뉴 밀레니엄이 다가오면서 지구멸망과 관련된 소문이 돌았고 그와 관련된 영화들이 190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많이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은 위와 같은 정말 우리가 떠올리는 괴물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괴수 영화 장르 자체가 사장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단지 괴수 영화의 세부 장르들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괴수 캐릭터가 진부해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괴수 캐릭터가 진부해진 이유는 서사가 모두 비슷했기 때문이다. 도시를 파괴하는 거대 괴수가 있었는데 그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혹은 그 괴수와 심리적으로 통하면서 그 괴수가 스스로 사라지게 하는 이야기 이 둘 중 하나로 모든 이야기가 점철되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괴물>은 괴수 캐릭터로도 가족이나 사회를 좀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소재에 얽매이기 보다 소재를 도구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1000만이나 되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가지 않았을까?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괴물> 이후의 괴수 영화들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점점 흥행성적이 나빠지고 있다. 그럼 괴수 영화의 미래는 이제 끝인걸까?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괴수에 대한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미지가 달라졌을 뿐. 좀비, 외계인, 로봇 등등이 거대 괴생명체 이후 세대의 괴수들일 것이다.
이는 과학의 발전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괴물들이 등장한 것이다. 다만 이들도 독보적인 장르를 개척할 수 있을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소재들이라 괴수영화라고 굳이 칭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대신 '좀비물', '외계인 침공' 등등이 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장르를 따지면 괴수 영화에 포함된 세부장르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의 괴수 영화의 구조를 답습하는 이 차세대 괴수 영화들에게 <괴물>의 사례는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답습하고 있는 이들 소재 영화에서 소재에 얽매이지 않고 서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영화산업에 대한 짧은 지식
영화진흥위원회의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도부터 상업영화의 기준은 순제작비가 30억원이 넘는가이다. 2018년 기준 한국영화 실질개봉작 194편 중에 순제작비(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정말 영화를 제작하는데에만 들어간 제작비. 보통 총 제작비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정도 된다.)가 30억원이 넘은 영화는 40편이며 그들의 평균 순제작비는 79억원 마케팅 비용까지 합하면 103.4억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