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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Him Jul 04. 2021

7. 버티고 싶지 않아

사라진 것들

내몸이 38℃ 이상 올라갈 때

그 어느때보다 추워 모든 이불을 덮었다.

떨고 싶지 않아도 온 몸이 떨리고

동반되는 두통은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했다.

그 고통을 버텨야 했지만

 그날은 버티고 싶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수 많은 대기가 끝나자

필요했던건 나의 보호자였다.


26살 먹었으보호자 없이

혼자 치료받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나도 곰곰히 생각해보니  백혈병은

나 혼자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보호자도 부르고 싶진 않았지만

어찌됐던 보호자가 필요하니

난 우리 가족 중 가장 태연하게 나의 병을 받아 줄

보호자를 생각하였다.


하지만 나의 이 백혈병을 태연하게 받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히 내가 백혈병에 걸린 것을 알면

우리 가족들은

또 나를 위해 희생할 것이 뻔한 그림이었다.


나라면 안그랬을텐데

우리 가족은 나를위해 그런적이 많다.


이런 말은 지금와서 웃기지만

정말 전역하고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항상 가족의 울타리에서 보호만 받던

막내가

어느새 취업을 하고 돈을 벌어

우리 가족들이 서로를 위해 헌신하고

고생많이 했다는 말을 건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은데


백혈병은

 나란놈을 끝까지


가족에게 짐이되는 막내로 남게했다.


너무 비참하고 불행했다.

지금의 내 현실로 돌아갈 수록

화만 솟구쳤다.


결국 난 나의 보호자로 엄마가 아닌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길어질수록

누나가 바쁜걸 알았고

그 바쁨 속에 불청객이 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전화의 연결이 되기 직전

난 통화를 끊었다.


하지만 곧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 전화 못받았네 왜 전화했어?"

"누나 어디야?"

"응 아직 회사지 왜? 무슨일 있어?"


머릿속으로 수없이 연습한 상황이었지만

또 한번 말문이 막혔다.

그 어느때보다 입이 떨렸다.

마음을 진정시키게 한숨을 내뱉는 동시에

울음이 터져나왔다.


말보다 눈물이 먼저 나오는 경우를

난 이때 처음 경험하였다.


" 너 지금 어디야?"

.....


결국 울면서 백혈병이란 말만 전달했던 것 같다.


아직도 이때가 후회스럽다.

누나는 어렸을때부터 내가 힘들때마다 큰힘이 되주어

뭔가 이 커다란 벽도 이겨낼 힘을 줄 것 같았지만

난 누나에게 내가 버티던 슬픔을 쪼개준 것 같았다.


누나에게 전화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응급실 대기 복도에서

난 누나가 아닌

매형과 처음 만날 수 있었다.


누나는 나를 만나기 전 밖에서 울고 있었다.


누나는 도착과 동시에

부모님께 이 사실을 바로 알렸고

아빠, 엄마 차례대로 병원에 도착하였다.


그 누구도 바로 내게 오지 않았다.

내가 수 없이 울고 응급실에 들어온 것처럼

그 어디선가 슬픔을 토해내고

내게 와서는 절대 울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내가 백혈병 환자라는 걸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 많이 울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어느날 부터

우리 가족은 나를 위해 모든 일정을 맞춰주었으며

가족들의 시계는 나를 향해있었다.

우리 가족에게 가장 건강했던 막내는


여전히 아픈손가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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