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집VI

오늘같이 비가내리는 날이면...

by HUN

부스스한 창가에서 추적추적 싱그러운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보글보글-]

부엌에 놓인 가스렌지 위엔 어젯저녁 만들어 놓은 된장찌개가 들썩 거리며 달그락 거렸다.


"엄마, 내 양말 어디갔어?"

아침을 여는 부산한 목소리, 금쪽같은 나의 딸.


20대 중반의 여자와 20대 후반의 남자가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 태어난 결실의 흔적.

초록의 계절에 태어나서 나에겐 항상 따스한 봄날같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중학교때 부터 부산스럽게 아침을 맞이하는 저 아이는 분명 그이의 핏줄이다.


"거기있잖니-"

국을 그릇에 옮겨담고 있어 자릴 비우진 못하고, 턱짓으로 거실 소파 위를 가리켰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이 아이는 소파 위를 대충 훑어 보고는 나에게 다시 말했다.


"하지만 찾아도 없는걸? 어디있다는거야!"


"여기에 있잖아."

소파 위에 놓인 양말을 가져다주고, 나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아침으로 먹을 반찬을 내어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 아침먹고 가."

조용히 나무란다.


"안돼 너무 늦었어! 어제 끓여서 맛없단 말이야! 맛있게 끓인 된장찌개로 갔다와서 꼭 먹을게,"

아이는 그제 산 점퍼를 꺼네 입으며 말했다.


"그래도 아침은 먹구 가야지!"

내가 다시 말하자 예원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손을 잡고는 도리도리 고개를 가로 저었고, 이내 나를 보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나 진짜 늦어서 그래, 용돈 있으니까 그걸로 편의점가서 사먹을게"

살짝 뜨끔 해진 나는 애써 아이의 말을 조곤조곤 주워담았고, 머리와 옷 매무세를 다듬어주었다.


꼬깃꼬깃, 그렇게 없는 살림도 아니었고, 오랜만에 가는 세상구경엔, 아이가 좋아하는 옷 한벌 제대로 해준 적 없는 것 같아 내내 마음이 쓰였건만, 사고 싶은 옷이 있었지만 가격표를 보며 괜찮다며. 그래도 마음에 들었는지, 그 옷을 입고는 민들레 홀씨마냥 폴폴 날아 현관문을 나선다.


"나 갔다온다~"


그냥 나가려는 예원이를 뒤로 하며, 나는 우산을 건네주며 말했다.

"밥 꼭 사서먹고, 갔다와."

"응 알겠어!"


[쿵-]


그날따라 차가운 철로 만들어진 저 은색 현관은 그렇게 묵직한 소리를 내며 텅빈 방안을 잠궜다.


사랑한다 말해줄 것을...



remember.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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