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 아야!"
왼손 검지 손가락이 검 붉은빛으로 물들어간다.
"넌 애가 왜 그 모양이냐, 생각을 안 해?"
상처 주는 말, 그가 말했다. 서른 넘도록 그가 내게 못해본 말 중에 왜 '칭찬'인 건지.
왜 그에겐 나에 대한 칭찬을 찾아볼 수 없는 건지.
"하여간 칠칠맞아서 젠장할, 그러니까 주방에 들어오지 말랬잖아!"
나에게 수건을 던지며 윽박을 지르는 그의 모습은 그날 따라 걱정이 아니라 진담같이 보여서 더욱 서운해진다. 그러다 미안한 마음에 벌컥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게도 내 마음의 수문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걸로 지압하고 저기 앉아있어, 빨리빨리 움직여라!"
나를 등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이 사람이 내 남자친구가 맞는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하얀 수건을 왼쪽 손가락에 감고 구석 진 자리에 앉아 몸을 웅크렸다. 습관처럼 허벅지 사이 삐죽 튀어나온 의자 끄트머리에 손바닥을 맞대어 곧게 펴보았지만, 이내 시린 고통이 왼손 검지를 타고 목덜미 솜털을 간지럽혔기에 그만두었다.
"... 보다 잘할 수 있었는데..."
뚝뚝 눈물이 올라 차오르고 있다.
'울면... 안되는데.'
갑자기 목덜미가 차갑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가 서서나를 보고 있다. 얼음주머니를 손에 들고.
"이거 갖다 대."
[덜컥-]
마음의 문고는 이미 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