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집 IV

구경꾼들

by HUN

[빼애애앵-]

멀리서 엠뷸런스의 다급한 신호음이 들린다. 뒤에 실은 환자가 생명이 위급하니 주위에 있는 모든 차들에게 긴박감을 알려주기 위한 신호음, 나는 놓고 있던 핸들을 바로 고쳐 잡고는 뒤에 오는 생면부지의 환자가 탄 차량을 위해 길을 터 주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때마침 기억난 건, 내가 가스불을 꺼놨는지, 보일러는 끄고 나갔는지 하는 따위에 안일한 걱정들이었다.


긴박감은 잠시 잠깐의 소강상태를 거치고 차들은 다시 원래 자기가 서 있던 차선으로 되돌아 섰다. 나는 차에 있는 오디오 볼륨을 조금 높게 틀었다. 우연치 않게도, 오디오에선, Radiohead 의 last flowers to the Hospital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무 멀리 있어."


내 옆을 지나가는 엠뷸런스를 보았다. 구급대원은 무언가 조치를 취하는지, 엄청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구급 대원을 보며 말했다.


가까운 병원이라고는 달려야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리에 위치한 인근 대학병원, 해로 따지는 게 아니라 날마다 죽어가는 환자 수 마저 어마 무시할 정도로 많은 집계를 기록할 병원이지만, 여기서 가까운 병원은 그곳 밖엔 없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조금 됐다. 주변은 웅성웅성 시끄러워졌고 소란의 중심지에 눈길을 돌렸다.


도시 외곽 쪽이라지만 무려 고층 건물이 불길에 휩쓸리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는 여기저기 동시 다발적으로 들려왔고 붉은색과 푸른색의 빛무리가 우왕 거리고 있었다.


잠시 차를 갓길에 정차했다. 단지 구경을 하고 싶어서가 아닌 차량 통제하는 경찰관 덕택에 본의 아 닌 구경이 됐기 때문이다.


'아까 엠뷸런스는 여기서 온건가.'


그렇게 생각하고는 담배를 물었다.

라이터를 잡아주곤 불을 붙였다. 창문을 내리고 담배를 잡은 손도 입에서 내렸다.


"어..?"


사람들은 어느새 한 사람 두 사람 모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갑자기 생겨난 것 같이 하나 둘 형체가 흐릿해졌다가 선명해졌다.


'내 눈이 이상한 건가.'


하나 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성별도, 나이 때도, 얼굴도 제각각이지만 분명 추가되는 느낌이다. 그때였다.


"저 여자.."


손에는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분명 그런 적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여자다. 무척이나 찾고 싶었던 노란색 패딩을 입고 분홍색 후드를 안에 덧입은 중년 여성.


나는 다급히 차에서 내렸다. 화재가 한창인 주변은 붉은빛으로 밤하늘을 뒤덮었지만 "갑자기 생겨난 수많은 인파"를 비집고 그 여성을 찾기 시작했다.


"잠시만... 잠시만요.."

어깨를 밀치다시피 들어가며 거의 사람들 사이에서 수영하듯 지나갔다.


"저... 저기요, 저기... 아줌마!!"


다급한 나의 목소리에도 주변에 시끄러운 소리에 묻혔는지 그녀는 듣는 기색조차 없었다.


".... 저기요!!!"


외마디 단말마가 들린 걸까? 그 사람은 나를 향해 돌아 서려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물러나세요! 이봐 너희들! 화제현장 통제 안 하고 뭐하는 거야!"


항상 찰나의 순간을 믿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우연도 믿지 않았던 나였다.


"젠장, 잠시만요, 저 사람도 끌고 나와야 할 것 아니야!"


하지만 정말 우연찮게도 그 순간 인파에 밀려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우연찮게도."


나를 부둥켜안은 경찰관은 여덟아홉 발자국을 뒤로 걸어가더니 나를 팩에 치듯 밀치며 말했다.


"긴급 현장에서 제 1 수칙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지 말라입니다. 경고하는데, 당신에겐 한낱 구경거리 일진 모르겠지만, 어떤 이에겐 아픔이 된 순간이니까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주무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툭툭 털더니 자리를 떠났다.


뒤에 뭐라 욕지거리가 나온 거 같긴 하지만, 그가 분명 맞는 말을 했으니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사이렌 소리는 사방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집에 가자.'라고 생각한 건, 연기를 잔뜩 먹은 아이를 품에 안고 내려나온 소방관을 본 뒤였다.


몇십 분이 흘렀을까, 아파트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놓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띵- 12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따각- 따각-]


복도가 넓게 드리워진 아파트 복도, 하긴, 12시가 다 된 시간에 나와있는 것도 신기하지.


[삑-삐삐 삑-]


도어록을 해제하고 문을 열었다.

들어와 처음으로 한건 거실 중앙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입고 있돈 옷을 세탁기에 넣었다. 그리곤 화장실로 가 목욕을 했다.


별다른 일 없이 목욕을 마치고 소파에 누웠다.


그녀는 왜 거기 있던 걸까, 문득 생각에 잠긴다.


사 년 전의 화제. 어디선가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들... 나는 아무 말 없이 인터넷을 켜 검색해 보았다.


"화재 현장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


검색창에 죽 쳐보니 무언가 눈에 익은 검색 결과가 보였다.

한 미스터리 블로그였는데, 무언가 석연찮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


[ 화재 현장에 갑자기 불현듯 나타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지랑이 피듯 어딘가에서 솟아올라왔다가 없어진다. 인원의 규모는 변함이 없지만, 어느 시각, 어느 장소에서든 나타난다. 그들을 보거든... 아는 척만 안 하면 된다. 말을 걸면...]


여기서 끝. 당혹스럽다.


'뭐야... 어떻게 되는 건데.'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를 잡아 손에 쥐고는 불을 붙였다.


[화륵-]


불길이 좀 세게 나왔다. 나는 깜짝 놀라 라이터를 손에서 놓쳤다.


"에라이..."


어쨌든 담배에 불은 붙었으니까. 한 모금, 두 모금 깊게 빨고는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푸후 우-'


[딩동-]


초인종 소리다. 담배를 쥔손을 뒤로 하고 인터폰을 봤다.


노란색 패딩을 입은 그녀가 라이터를 손에 쥔 체 웃으며 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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