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호시네마 방문 후기
영화관은 코로나 이후 오랜만이네.
지금 사이제리야에 있다.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는 동안 글을 쓴다.
며칠 전에 토호시네마에 영화를 보러갔다. 시부야점에 갔는데, 영화관 넓이는 한국처럼 넓진않았다.
항상 보고 싶던 영화가 있었는데, 계속 참다가 어제 수요일에 보러갔다.
여긴 수요일마다 1300엔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할인행사를 한다. 그래서 가난한 워홀러는 이때를 노려서 가야한다. (매월 1일도 할인일이다.)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을 봤다.
팝콘세트가 궁금해서 800엔주고 샀다. 난 탄산을 싫어한다. 음료를 콜라대신 오렌지 100퍼센트를 고른 이유다.
난 이게 환타인줄 알았는데 그냥 주스였다. 뭐든 마셨겠지만.
중앙좌석이 거의 다 차서 그냥 중앙자리 오른쪽 방향을 골랐다. 내 옆에는 혼자 온 여자 손님이 앉았다.
여대생일까? 나이는 나랑 비슷해보이는데? 어두운 곳에서도 희미하게 보이는 붉은 색 머리, 힙한 스타일, 도쿄 여자같은 쿨한 메이크업. 정말 예쁘고 잘 놀 것 같은 여자였다.
메이크업때문인지 센 느낌이 있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와서였을까. 난 무슨 용기 였는지 말을 걸었다.
'하이큐 스키데스카?'(하이큐 좋아하나요?)
두근두근두근두근
'하이큐 스키데스요ㅎ'(하이큐 좋아합니다ㅎ)
엄청 상냥한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크아악.
'와타시모 스키데스,'(나도 좋아합니다.)
하면 얘기를 조금씩 하다가 영화광고에서 아는 작품이 나오면
'코레모 스키데스! 미도리야 카와이!'(이것도 좋아해요. 미도리야 귀여워!)
'아!코레모 스키데스카! '(아 이것도 좋아하나요!)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서로 어떤 등장인물을 좋아하는지등의 여러 얘기를 나눴다..(둘다 등장인물 전부 좋아하니까 불편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옷을 엄청 멋지게 입으셨다. 신발이 예뻐서 물어봤다. 확실히 사람들은 좋아하는 걸 물어보면 눈빛이 바뀐다. 내게 살로몬 신발이라고 알려줬다. 친구가 디자인학과에 다니고 있어서 좋아하는 브랜드여서 많이 들었다. 그분은 내게 살로몬 신발이 어떤 건지 직접 찾아서 보여주셨다. 이런 걸 보면 일본 사람은 참 친절하다. 나도 옷을 잘 입고 싶기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곧 영화가 시작될 것 같아 그냥 난 아식스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분은 신발을 잠깐 보더니, '카와이데스'(귀여워요)이렇게 말하고 웃으셨다. 그날 신은건 아식스를 안 신어서 아쉬웠다. 그냥 평범한 컨버스를 신고가서 아쉬웠다. 그렇게 얘기를 하다보니 금방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 시작하기까지 기다리며 느낀 건데, 내가 간 지점은 막 넓진 않았다. 한국과 비교하면 좁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영화관 팝콘 콤보를 시키면, 팝콘이랑 콜라랑 같이 연결된 트레이를 주는데, 이걸 좌석에 꼽을 수 있게 돼 있다. 한국은 그냥 콜라만 둘 수 있지만, 일본은 팝콘이랑 콜라를 동시에 둘 수 있다. 이건 무척 편하고 신기했다. 그리고 확실히 광고에 애니메이션이 한국보다 더 많이 나온다. 하이큐 애니메이션을 보러 오는 사람도 남녀노소 다 온다,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다 보러오더라.
나머지는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기대감을 품고 봤지만, 왠지 옆에 앉으신 힙한 여성분이 신경쓰여 온전히 집중은 못했다. 하지만 집중을 못했더라도 기대한 영화는 조금 아쉬웠다. 극장판이 아닌 티비방영으로 제작되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바뀐 작화와 스토리 진행이 너무 빨라 감동이 있어야 하는 부분을 너무 빨리 지나간게 마이너스 요인이었던 것 같다.
참고로 하이큐는 배구 애니메이션인데, 예전부터 여자배구를 좋아했던 나로써는 엄청 재밌게 본 만화였다. 요새 신경쓰이는 선수는 GS칼텍스의 유서연 선수와 현대의 양효진 선수다. 아주 잘한다. 난 경상도에 살았기에 그쪽팀을 응원하고 싶지만, 아직은 양효진, 유서연 선수이다.
어쨌든 영화를 즐기고 특전도 받았다. 싸인일러스트카드인 것 같다.
오랜만에 영화로 기분전환하고 왔다.
카페를 갈까했지만, 웨이팅 무조건 할 것 같아서, 그냥 밥만 먹고 돌아가기로 했다.
오늘의 메뉴는 카레다. 수프카레와 일반카레를 파는 곳인데, 저번에 일본에 사는 형이랑 만났을 때, 왔던 장소다. 맛이 나름 괜찮아서 기억해놓은 곳이다. 이곳은 소힘줄(규스지)을 넣어서 만드는 점이 다른 가게와 차이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매운 맛, 밥의 양 조절 가능하니 아주 좋다고 본다.
일본와서 먹은 게 다 기름진 음식이어서 점심을 매운 카레로 골랐다. 우선 나는 규스지스파이시카레를 골랐다.
이름부터 스파이시가 들어가있으니, 매운 거겠지?
마침 11시 반부터 15시까지는 음료 무료다. 모르고 왔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난 자쿠로스워터를 마셨다.(석류식초워터, 홍초탄 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새큼하니 나쁘지않다.)
난 카레를 먹고 맵지않아 옆에 있던 페퍼론치노가루를 4스푼을 넣었다. 아주 작은 스푼이라 별로 안 매울 것 같았다. 다시 먹어보니 엄청 매웠다. 하지만 아직은 버틸만한 정도의 맵기다. 매운 거 먹으니 속이 풀려 밥을 더 시켜 먹었다.(스미마셍! 고항 오카와리 다이죠부데스카? 다이죠부데스. 후츠으데 오네가이시마스!)
그리고 만족할 만큼 먹고 계산하고 나왔다.
으윽 일본 외식 너무 비싸. 그냥 집에서 해먹어야겠다.
오늘의 교훈
모두들, 일본에 살러 온다면 목살김치찌개는 무조건 배워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