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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잊을 수 없는 3박4일-2

2,3일차 적어보겠습니다.

by 세계를 부순다

어제 저녁에 한국사이트로 버스투어를 예약했다. 시간과 장소는 오전 7시 반까지 삿포로 티비타워 앞이었다. 급하게 떠난 여행인지라 이런 투어를 하나 꼽아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비에이 투어이다. 비에이는 가는 길이 쉽지 않기에 많은 여행자들이 이용한다.

저렴하고 자리가 빈 곳을 예매했다.

잠에서 일어나니 조금 늦잠을 잤다. 머리감기 패스하고 면도하고 숙소를 나섰다.

정확히 7시 30분에 도착했다. 일본에서 살았던 짬을 이용하여, 1분만에 지하철역의 자판기에서 물까지 사왔다. 주변에 편의점이 없어서 자판기를 급히 이용했다. 역시 자판기의 나라, 일본이다.(자판기 엄청 많음.)

그리고 버스에 탔다.

편하게 앉아있으니, 부녀가족이 비어있는 두자리가 없어서 내 앞에서 헤매고 있었다. 난 그냥 양보하고 옆자리에 갔다. 옆분도 혼자 오셨는지 먼저 내게 말을 걸어주셨다. 그렇게 오늘 하루의 파트너가 됐다.

이 투어는 이곳 저곳 갔다. 크리스마스 나무, 비에이역, 탁신관, 흰수염폭포, 사계채의 언덕이 포함돼 있었다.

비에이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최소 2시간은 걸린 듯 했다.

우선 크리스마스는 별 거 없다. 그냥 설원에 나무 한 그루. 사진찍기용이다. 여백의 미라는 걸까. 왜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오는지 알 것 같다. 설원의 감성이 좋다. 한번만 와볼만한 장소, 인스타용으로.

크리스마스 나무

비에이역으로 이동했다.

비에이역에서 점심식사를 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옆자리의 형이랑 일본 중화요리가게에 갔다.

가격도 저렴했다. 1000엔 초반대였다. 형님은 닭고기 튀김 요리를 시키고, 나는 라멘을 시켰다. 그걸 쉐어해서 먹었다. 난 돈 없을 때, 중화요리를 자주 먹기에, 꽤 물리긴 했지만, 여긴 깔끔한 맛이라서 나쁘지 않았다.

점심

그리고 가게 인테리어도 좋았다. 심플하고 모던했다. 흰색이 주색깔이고, 라디오가 덩그러니 재생되고 있다. 마스터도 왠지 수염이 있는 게 장인의 느낌이 났다.

빨리 식사를 마치고 역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버스에 탔다.

그리고 탁신관에 갔다.

탁신관은 그냥 전시장 느낌이다. 역시 이곳도 사진스팟이 있다. 사람들은 나무가 빽빽한 구간에서 사진을 많이 찍으셨다. 그리고 전시장에 약간 굿즈, 사진등을 구경한 후 나왔다.


다음은 흰수염폭포다.

물색이 에메랄드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냥 높은 폭포이지만,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신기하게 느껴졌다. 물보라도 보였다. 역시나 준사진스팟.

잠시 본 후, 주변을 돌아다니며 눈장난을 쳤다.

흰수염

그리고 형님이랑 사진을 찍고 다음 사계채의 언덕에 갔다.

사계채의 언덕은 진짜 볼 게 없다. 안가는 걸 추천한다. 마지막 선물사기용으로 들르는 것 같다만, 굳이?

공항에서도 살 수 있으니, 패스하자.

썰매랑 알파카가 있지만, 경사도 낮고 거리도 얼마 안된다. 비추.

그리고 다시 삿포로까지 돌아갔다. 도착하니 5시 반 정도였다.

숙소에 가서 잠시 쉬다가 징기즈칸을 먹으러 갔다. 징기즈칸은 양고기 바베큐요리이다.

그치만 맛이 없었다. 가격은 비쌌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먹고 나갔다.

바를 갈까 이자카야를 갈까 고민했다. 내선택은 역시 이자카야이다.

돌아오는 길에 찾았던 이자카야에 갔다. 가서 에다마메랑 맥주를 시켰다. 마스터는 '이 새키 뭘 좀 아네' 라는 표정으로 즐겁게 주셨다. 그리고 옆자리 분이 말을 걸어주셨다. 할아버지였는데 인자해보였다. 뭔가 내가 표정이 안 좋았는지, 긴장하며 말을 걸어주신게 너무 고마웠다. 나도 즐겁게 얘기를 했다.

다른 손님들도 말을 걸어주시기 시작하고 마스터랑도 얘기했다. 중간에 같이 여행한 형님도 합류해서, 한잔했다.

kpop 얘기와 사카모토 류이치 등의 얘기를 하며, 떠들었다. 사카모토 류이치 노래를 틀때 맞추니, 손님들이 피식 웃으면서 뭘좀 아네라는 제스처가 기분 좋았다.

한잔 한잔 술잔을 기울이다보니, 얘기하던 분들도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도 그분들이 가고 10분정도 뒤에 나왔다. 고맙게도 같이 온 형님이 술값을 내주셨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리고 이렇게 얻어먹어버리면 2차는 내가 내는 게 인지상정이다.

가난한 해외살이자가 자주 가는 술집으로 안내했다. 이름은 토리키조쿠, 송별회나 술자리를 가지는 날에는 무조건 여기에 간다. 값이 싸고 양도 많기 때문이다.

나름 로컬(?)맛집으로 가서 간단히 닭꼬치에 맥주를 한잔했다. 이후 형님은 클럽에 가신다고 한다. 나도 따라갔다. 그렇지만, 너무 줄이 길었다. 포기했다. 간단히 산책이나 하며 이런저런 일본얘기를 하고 숙소로 갔다.

내게 당연했던 것들이 형님께는 새로웠나보다. 왠지 내가 일본에 처음 온 날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좋은 추억이 됐으면 만족하지. 좋은 여행 2일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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