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호흡 제 1형!
비가온다. 축축한 습도다. 조만간 장마겠지. 비의 계절이다.
내가 일본에 온지 얼마 안 됐을때, 제일 힘들었던 건 음식 문제였다. 난 가리는 게 없기에 음식은 문제가 될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일주일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친구랑 삼겹살로 긴급수혈을 했다. 타베호다이(무한리필) 삼겹살 덕분에 살았다. 돌아오는 길에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다. 신오쿠보(新大久保)에는 한식집, 한국식재료마트가 많다. 코리아타운이다. 일본에서는 깐마늘을 파는 마트가 적다. 그래서 한인타운에서 깐마늘을 샀다. 마늘 벗기는 것도 꽤나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어랍쇼 지하철을 타는데 일본인들이 킁킁되지뭐임?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일본마늘은 맛도 향도 더 강렬하다, 많이 창피했다 주변분들이 죄다 티나게 킁킁거리니까 , 화도 나고 창피했다.
그렇게 도망치듯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갔다.
그래도 이왕 마늘을 사왔으니, 다진마늘 3분의 2에 통마늘 3분의 1로 소분해놨다. 그대로 냉동실에 쳐박아둠ㅎ
다음 날, 퇴근 후, 맥주랑 먹을 김치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레시피는 친구한테 받았다.
마늘의 맛이 몹시 고팠기에 마늘을 잔뜩 넣었다. 김치국물도 모조리 긁어서ㅋㅋ
돼지고기도 두텁게ㅋㅋ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마늘 냄새와 김치냄새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3층에 있던 사람까지 내려와 나를 보고 가더라. 난 2층에 산다.
그리고 2층사람들 전부 째려본다.. 부끄럽고 화도나고 눈물이난다, 서럽다.
그래도 다만든 김치찌개를 즉석밥과 먹었다. 눈물이 나는 맛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레시피 알려준 친구한테 감사한다. 밥 2개깠다. 간만에 든든하게 먹은 한끼 였다.
그치만 그 이후로 김치찌개를 두번 다시 만들 수 없었다.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다음 김치찌개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먹을 수 있었다.
이걸 다음 날에도 야무지게 먹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날파리 한마리가 보였다. 그런데 끓인 찌개를 들고오자마자 벌레가 정신을 못차리는 것이 아니었는가.
날파리의 비행이 술취한 아재마냥 여기저기 빙글빙글 돌면서 정신을 못차린다. 한국의 날파리는 평온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이 일본날파리는 이 냄새에 적응이 안돼있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진짜 거짓말이 아니고 여기저기 부딫히고 핑그르르 돌더라. 미친줄 알았다.
벌레도 적응이 안 된 것에는 예상치못한 행동을 하는군. 각나라의 벌레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싶어진다. 김치찌개 같은 냄새강한 요리두고 각나라의 날파리를 두는 거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