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현 Apr 23. 2016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바람이 불 때는 라이딩을

한국에서 다시 모터사이클을 탈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온몸을 환기시키는 바람이 그리워 오랜만에 시동을 걸고 남쪽으로 향했다. 전주, 진도, 순천, 광양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팽목항의 거센 바람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아무 말 없이 잔잔한 바다와는 대조적으로 그곳의 스산한 풍경을 잊기 힘들다.


간간이 사람들도 만났다. 전주의 게스트하우스 <오래된 미래>에 들러 주인 어르신께 지난 1년 간의 안부 인사를 드리고, 순천에서는 선배와 저녁을 먹었다. 바로 광양으로 넘어가 두 밤을 자는 동안, 블라디보스톡에서 함께 출발했던 형제 중 형을 만났다. 마침 세월호 인양 작업에 참여 중이라며 현장을 구경시켜 주시기도 했다. 플로팅 도크를 선체 길이만큼 더 늘려 개조하는 작업인데, 일정이 촉박해1 부지런히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이셨다.


‘세월호’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다만 이런 상황을 만든 것도 사람이고, 그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이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모순적인 인간은 무엇을 책임질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나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양에 계신 형님께 인양 작업을 하시는 동안 꼭 안전을 챙기시라고, 그저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만 드리고 작별 인사를 했다.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차분히 기다리는 것뿐이다. (4월 19일~22일)


진도 팽목항 Jindo, 2016
광양 중마동 Gwangyang, 2016
광양 조선소 Gwangyang Shipyard, 2016
광양 조선소 Gwangyang Shipyard, 2016
광양 조선소 Gwangyang Shipyard, 2016
주요 목적지



매거진의 이전글 근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