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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현 Jul 03. 2016

닭칼국수

회의가 퇴근 시간을 넘겨서 끝나, 저녁을 먹고 집에 가기로 했다.

회사 근처 식당에 습관처럼 발길이 닿고, 메뉴 앞에서 고민을 했다. 건강한 느낌이 드는 콩비지를 먹을지 슴슴한 평양냉면을 먹을지 그것도 아니면 장례식장에서 흔히 나오는 육개장을 굳이 돈 내고 먹을지, 이대로 영원히 명쾌한 답을 구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결국 계절메뉴로 출시되었다는 닭칼국수를 주문했다. 닭칼국수가 이 계절에 어울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만 바람 끝에서 슬슬 찬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곧 뜨듯한 닭 육수가 제법 어울리는 때가 올 것이다.

 

닭칼국수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닭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고소하고 맑은 국물을 뜨다가 문득 내가 학생 때 누군가와 주고받았던 연락이 떠올랐다. '어디서 뭐하는지 궁금해.' 사소한 내용이지만 누군가의 안부를 궁금해한다는 것은, 또 그렇게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요즘 들어 부쩍 그 문자메시지가 생각난다매번 점심을 같이 먹는 팀 막내가 최근 연애를 시작해서 시도 때도 없이 깨소금을 뿌려대서 그런 걸까, 아니면 딱히 내가 육개장을 먹는지, 닭칼국수를 먹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까. 암튼 오늘 먹은 닭칼국수는 간이 싱거운 편이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날이 좀 더 추워지면, 남대문 시장으로 닭곰탕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2012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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