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워야 하는데
괜찮은 이름도 지었으니 제대로 키워보고 싶어서 선인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찾아봤다. 어느 정도 찾아보니 분갈이하는 법도 있고, 번식하는 법, 물은 언제 줘야 하는가, 어디에 둬야 하는가 같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인터넷에서 찾은 것이니 하나같이 서로 말이 달랐지만 그래도 얼추 한결같이 나오는 말들이 선인장은 웬만해서는 잘 죽지 않고, 물을 많이 주는 것보다 잊어먹고 가끔씩 주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물을 자주 주면 뿌리가 썩는다고 한다.
내가 지금 사는 곳은 시골이라 햇볕도 걱정되지 않고, 통풍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온도 때문에 선인장이 죽을까 봐 걱정된다. 어떤 사람은 선인장은 일교차가 심한 사막에서 살던 식물이니 밤이 아무리 추워도 잘 견뎌낼 수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곳에 두면 잘 죽을 수 있다고 한다. 누구 말이 정답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서 고민된다.
둘의 말을 절충해서 어느 정도의 추위는 견뎌 낼 수 있다고 치자.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면 이 식물이 이곳의 겨울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 올해 여름은 먼바다로부터 전해져 온 바람들 때문에 이상기후가 한여름에 가득했었는데, 겨울에는 또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눈이 오면 이상야릇한 바깥은 침묵 때문에 잠에서 깨곤 했고 나는 그 무음의 풍경이 좋아서 겨울을 좋아했다. 그러나 저 선인장 하나가 내 눈앞에서 아른거리니 그 겨울이 불편하고 두려운 감정들이 기쁜 감정들 사이를 맴돌고 있다.
또 물은 어떻게 줘야 하나. 나는 그나마 정확해 보이는 정보를 찾아서 위의 것보다 더 큰 고민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내가 실수로 저것에게 물을 자주 줘버리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기억력이 나쁘기에 걱정된다. 핸드폰에 기록이라도 해놔야 할 것 같다.
가까이서 보니 겉에 알로에처럼 하얀 것이 묻어져 있다. 색깔은 짙게 푸르고, 가까이서 향을 맡아보니 아주 얕고 알아차릴 수도 없을 정도로 캐러멜 향과 풀향이 섞인 듯한 향이 맡아진다. 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고.
그래도 작은 것이라도 할 일을 찾으니 몸 안쪽에서 작은 생기가 돋아나는 것 같아서 좋다. 여태까지 준비했던 것을 포기하니 편하긴 했지만 이젠 뭘 해야 할지 마음 온 곳이 공허해서 불안해진다. 누군가가 뭐라도 시키면 그런 마음이라도 가지진 않겠지만, 20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면 그만 둘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인 생활습관이 요즘 들어 두려워졌다. 이젠 독립을 해야 할텐데 예전처럼 자꾸 살다가는 다른 사람들에게만 손을 벌리는 그런 사람이 돼버릴 것 같다.
그래도 글 쓰는 것은 그 누구도 시키지 않은 것이라 약간의 자부심을 갖게 되어 좋은 것 같다. 나는 스스로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진 않지만, 그래도 나는 내 재능을 이직 믿는다. 그것밖에 없어서이기도 하고, 내가 스스로 찾아낸 것이기도 하고, 그 때문에 내가 유일하게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글로 먹고살기를 바란다.
이제 글 쓸 때마다 언제 썼는지 날짜를 기록하려고 한다. 내가 미래에서 왜 이 글을 썼는지 기억하려면 날짜도 필요할 것 같다. 선인장'선이'는 여기에 온 지 3일이 되어간다.
제목 창이 허전하다. 매번 같은 사진을 올릴 수 없을 것 같다. 다음에는 그림이라도 그려야 할 것 같다.
2020. 09. 19
선이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