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암흑을 통과하는 일

빛이 꺼진 자리에서 마음을 켜다.

by 온기

주말 동안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책을 읽었다.

F의 감성을 타고난 나의 기질로 살기에

현실은 녹록지 않아

사실 경제 관련 책을 의도적으로 읽고 있었다,

자본주의 세상의 효율과 경제 원리에 숨이 막히거나

일상에서 만나는 번뇌에 빠질 때면

따뜻하고 인간적인 본진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나의 독서는 작가의 아픔을 이용해 나의 허기를 채우려 하는

얄팍하고 치사한 이기심의 발상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뜨겁고 슬펐고 목이 메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인물들은

생생하게 살아 나의 마음을 울렸다.

장애인 셋이 떠나는 해외여행에 흥분되었고,

공항에서 그리고 현지에서 느끼는 공기를 나도 느꼈다.

안정된 삶을 사는 이들의 올바름에 딴지를 걸고 싶었고

이방인으로 사는 조선족 언니의 성실함이 내 마음을 울렸다.

특히,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즐겁고 서글퍼

나의 그 시절과 오버랩되었다.


책을 다 읽고, 밀린 설거지를 하고 나니

휴대폰 화면이 먹통이다.

지지직도 아니고 그냥 암흑이다.

아…이 순간 이기적이고 얄팍한 나는

까만 화면을 보면서 그녀를 떠올린다.


휴대폰 화면이 안 보여 일상이 멈춰버렸다.

감히 그녀의 삶을 떠올려보는 내가 혐오스럽다.


어떤 방법을 찾아서라도

휴대폰 화면을 복구해야 하겠지만

이 작은 일 앞에서도 무너지는 나를 알아차린다.


일요일 오후가 지랄 맞다.

삶은 결국 견디는 일.

그래!!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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