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또 한 발

균형은 흔들림을 지나 완성된다

by 온기

나의 삶이 외줄 타기를 하는 곡예사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제법 재주 있는 베테랑 곡예사이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든 추락할 위험이 도사린 삶이다.

매일 줄을 점검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나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반복적인 연습과 관리로 위험을 대비하지만,
삶이 늘 호락호락하기만 한가.


바람이 불기도 하고, 비가 오기도 하며,

어디선가 난봉꾼이 나타나 내 줄을 흔들기도 한다.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자의 삶이 아니겠는가.


청명한 가을 하늘 위를 날아오르며

손에 땀을 쥐는 짜릿한 순간을 맞이하면
외줄을 타는 이 삶이,
기쁨이고 감사임을 깨닫는다.


기술이 쌓이고 쌓여, 이제 나는 외줄 위에서도 제법 여유가 있다.

중간 난이도의 점프 동작쯤은 안정적으로 해내고,

가끔은 연속 점프나 뒤돌아 점프 같은 고난도 동작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그동안 쌓은 구력과 내공이 나를 지탱해 준다.

위태로운 순간에는 무릎을 꿇어 균형을 다시 잡으면 된다.
그런 순간들이 있어야만 기술이 늘어난다.
걷기만 해서는 실력이 자라지 않듯,
때로는 위험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방심했다.

스텝이 꼬이고, 호흡이 무너졌다.
줄이 불규칙하게 흔들리며 위험 신호를 보낸다.

그동안 이런 날을 대비해 얼마나 연습했던가.

외줄 위에 선 나의 발가락에 힘을 모으고,
종아리에 쥐가 나지 않도록 미세하게 힘을 조절한다.
입으로 천천히 숨을 뱉으며,
무게 중심을 되찾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한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줄이 안정을 되찾는다.
줄이 다시 고요해질 때쯤, 나는 안다.

완벽한 균형은 늘 ‘위태로움’을 지나야 만 찾아온다는 것을.

삶도 그렇다.
나는 흔들리며 성장하고,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더 단단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줄 위에 선다.
조심스럽지만 담백하게!


다시 한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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