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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만나는 언덕
오늘의 언덕은 터프했다.
by
온기
Nov 14. 2025
나는 매일 작은 언덕을 넘는다.
나에게 하루란 작은 언덕을 하나씩 지나가는 일이다.
어떤 날은 수월하고, 어떤 날은 유난히 고되다.
오늘의 언덕은 터프하다.
작은 가시에 찔리듯 신경이 곤두선다.
다음에 만날 터프한 언덕에 대비해,
오늘 나를 찌른 가시들을 하나씩 복기해 본다.
첫 시작은 환자 보호자의 컴플레인이었다.
입사 2주 차 간호사가 환자 이름을 헷갈려
투석 순서가 어긋났고,
보호자가 화를 낸 것이다.
빨리 투석을 시작하고 여러 번 사과하며 일단락.
이어 병원 프린터가 고장 나 원격 서비스를 받는 동안,
나를 제외한 간호사들은 아침 티타임을 가졌다.
평소보다 길게 느껴진 건 기분 탓일까?
‘그럴 수도 있지. 바쁜 일도 없으니 쉬다 오라’는 마음과
‘그래도 해야 할 일들이 있을 텐데 너무 오래 비우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내 안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내뱉은 한마디는
내 의도와는 달리 ‘눈치 주는 말’이 되어버렸다.
늘 그렇듯 잔소리는 힘이 없다.
점심시간 마지막,
평소 깔끔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몸에 밴 간호사가
본인 식사를 치우던 중 내 앞 의자를 밀어
내 무릎을 세게 건드렸다.
순간 너무 아파 화가 치밀었고,
또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나중에 치우면 안 돼?”
아이고야… 오늘은 터프하구나.
잠시만 숨을 골랐다면, 다른 대응도 가능했을 텐데.
내 마음을 살피지 못한 것이 불편하게 남는다.
하얗게 나를 태우고 퇴장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이것도 결국 오기와 반발심 아니겠는가
나를 흔드는 일들은 늘 있었고
나는 늘 흔들리는 존재일 뿐인데
나는 나를 너무 높이 평가했던 걸까?
나는 ‘친절하고 화내지 않고 감정적이지 않은
괜찮은 리더’라고 나를 설정해 둔 것은 아닐까?
스스로 그렇지 않음을 알아차렸을 때
상대를 탓하게 되는 건 아닐까?
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복기의 결론은 하나다.
결국, 나의 욕심이었다.
삶을 가볍게 살아갈 것.
무거웠다면 그건 나의 선택이었음을 기억할 것.
내가 열심히 하는 데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음을 인정할 것.
그 선택도 나의 것,
그 대가도 결국 나의 것임을
다시 알아차리며
오늘의 언덕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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