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마지막 투석 날
우리 투석실에는 100세를 넘긴 어르신이 한 분 계신다.
‘100년의 삶은 어떤 시간일까?’
나에겐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아득하고 먼 시간이다.
노인의 시간은 나이 순서대로 흐르지 않는다.
몸이 나이를 먹는 속도도, 기력과 인지의 변화도,
각자의 습성과 살아온 방식에 따라
다르게 흘러간다.
100세의 어르신은 분명
자기 관리를 성실히 해오신 분이겠구나 짐작이 간다.
어르신의 인지는 언제나 맑음이었고
의사소통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증손녀뻘은 되는 우리 간호사들에게
한 번도 반말을 하신 적이 없고
아파서 죽고 싶다 거나
투석이 지겨워 바늘 좀 빼달라고
아우성을 하신 적도 없다
늘 같은 시간에 약속을 지켜주셨고
투석의 시작과 끝에 늘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어르신의 성정은 한결같았으나
백 년을 건너온 육신은 어느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파에서. 식탁 의자에서. 물건을 집다가 자주 넘어지시더니
결국에는 휠체어를 타고 투석을 다니셨다.
투석 중 잠깐 선잠에 드신 어르신은
꿈을 꾸시는지 중얼거리고
손을 허공으로 흔들기도 하셨다.
섬망이 오는가
혹시라도 바늘을 잡아 빼면 어쩌나
마음이 아프지만 어르신의 손을 묶어둔다.
오늘은 우리 병원에서 마지막 투석을 하시는 날이다.
어르신은 요양병원으로 전원 하신다.
떠나는 날의 어르신의 혈압은 유난히 안정적이다.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나는 어르신과 눈을 마주한다.
이제는 보청기가 없으면 잘 알아듣지 못하신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나의 마음을 표현해 본다.
어르신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 두 눈을 지그시 감으신다.
눈곱이 낀 어르신 눈에 눈물이 맺힌다.
눈물을 닦아드리고 손을 잡아본다.
우리는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목구멍에 뜨거운 것이 걸린다.
난 울지 않으려 얼른 시선을 피한다.
나의 울음이 감상 따위에 빠진 싸구려 같아서 울고 싶지 않다.
어르신의 100년의 세월을 가볍게 하고 싶지 않다.
외투를 입고 휠체어를 탄 어르신은 귀가 어두워
목청이 더 커진다.
“감사합니다!!”
그 인사를 오래 기억하리라.
남은 그의 삶이 평안하기를
그저 마음속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