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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 Sep 20. 2024

글로벌 스탠더드

아이가 몇 살이에요?

아, 저는 아이가 없어요.

딩크족이세요?

결혼을 안 했어요.

결혼은 왜 안 했어요? 비혼주의?

(결혼을 안 했다고 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애가 없다고 했는데 실패다.)


넌 결혼 안 하니?

포기했어요.

나도 포기 안 했는데 (나보다 어린) 네가 포기해??

(딱히 결혼할 마음이 없다고 하면 말이 길어질까봐 포기했다고 했는데 실패다.)


아이가 몇 살이에요?

아, 저는 결혼을 안 했어요.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네요.

(그냥 아이가 있다고 할 걸 그랬나?)


아이가 몇 살이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아이가 있을 거라는 전제와

당연히 결혼했을 거라는 전제가 있다.


한국에서 대인 간 거리감  없이 들어오는 질문들이야 한둘이 아니고 평생을 들어온 일이건만, 마음만은 외국인인 나는 '당연한' 질문의 무례함에 대해 생각한다.


동시에, 마음만은 외국인인 내가 한국인으로서 저지르는 무례함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


외모를 칭찬하거나 나이를 묻거나.. 나도 모르게 평가하고 너무 쉽게 침범한 사적 영역에 아차 싶을 때가 있다.


누구에게도 당연한 것은 없다.


날씨와 스포츠 이야기하자. 음식과 꽃에 대해 얘기하자.

 

부디 어떤 답도 실패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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