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참을 수 없이 가벼운 퇴사 이야기_4

아틀라스여 힘내오

by 목요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다.

아직은.



왜 이 일을 하려 하냐고 묻는다.


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를 묻기에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답했더니 이어진 질문이다.


'쩡한 직장 그만두고 하겠다는 새로운 일이 고작 이 일이냐?'는 뉘앙스 물음.


나는 답한다.


"제가 먼저 선택하지는 않았을 일인데 기회가 주어졌으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솔직하다.


스펙을 요하지도 않고 진입장벽도 없는 일.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 그러나 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 선택하며

'이번만큼은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기' 다짐했다.


쉽게 선택해 보자. 목도 생각지 말고 재지도 말자. 해보고 아니면 빠르게 그만둘 권리도 주자. 일을 시작하기 전 결과에 대한 부담부터 지는 버릇도 내려놓자. 잘하지 않아도 되고, 실패해도 되고 뭐든 내키는 대로 자. 이게 잘 되면 계속하고 아니면 다시 다른 걸 하면 되지. 미리 고민하지 말자. 지난날엔 늘 계획이란 걸 세웠으니 이번엔 다른 방식대로 해보자.


하찮지만 비장한 각오.



낯선 일에 하루를 맡기니 오늘에 내가 있다.

어제에도 내일에도 나를 두지 않으니 하늘이 그대로다.

여전히 머리 위에 하늘이 존재한다.


순간순간 전 버릇이 튀어나와 나를 어제에 가져다 두거나 내일에 보낼 때면 하늘이 내려앉으려 힘을 다. 그때마다 의식적으로 다시 나를 이곳으로 불러들려 노력한다.

하늘이 무너지지 않록 애쓴다.


내 안의 아틀라스가 계속 힘내주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라이킷? 라이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