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든 교육의 시작은 각 가정으로부터

by 강철토끼

모든 교육은 각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고3 중3 남매를 키우는 우리 집의 홈스쿨링 역사는 꽤 길다. 예전에 우리 부모세대는 항상 알뜰하면서도 대부분의 돈을 본인의 만족보다는 주위의 시선과 체면 유지를 의식하고 썼다면 요즘 젊은 세대는 가성비 소비를 종종 따진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20년 전 유학시절을 통해 실용적인 사고가 자리 잡은 탓인지 신혼 초부터 중고제품 구매에 관한 거부감도 없었고 장을 볼 때도 마트도 개인도 윈윈 할 수 있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할인 제품을 자주 구매하곤 한다. 아이들 교육비도 마찬 가지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힘들게 벌어온 월급이고 알뜰하게 사용할 소중한 생활비라 한 가정의 미래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투자되어야 할 돈일지라도 가성비를 늘 염두에 두고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도 유태인들의 교육 방식처럼 가급적 교육비에 관해서는 금액과 용도를 설명하고 알려주며 사용했다.

초보맘 시절부터 두 아이와 외벌이 남편의 빠듯한 수입으로 교육 특구 지역에 살면서 꼼꼼히 주위 환경을 모니터링해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사교육을 제외하고는 교육비에서도 상당한 거품을 자주 느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무작정 비싼 사립유치원이나 영어유치원을 덩달아 따라 보내는 대신, 엄마인 내가 집 안에서나 주변에 있는 각종 다양한 공공시설 및 문화 시설을 이용해서 적은 교육비로 다양한 홈스쿨링을 하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가까운 자연을 아이들이 마음껏 탐색하고 경험하게 환경을 조성하려고 늘 애를 썼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배움에 앞서 기초적인 학습 그릇을 크게 만드는 소중한 시기였던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다양한 인터뷰들을 살펴보면 소위 부자가 되는 방법도 100가지가 넘고 아이비리그나 S대 등 최고의 학벌을 취득하는 방법도 그러하다고 한다.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홈스쿨링 또한 각자의 타고난 개성처럼 부모 개개인의 에너지와 성격에 따라 그 형태나 방법도 다양해질 수 있다. 그래서 홈스쿨링 시작에 앞서 부모 스스로 본인의 기질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적이고 중요하다.

나의 경우 결혼 전부터 워낙 독서를 좋아해서 대부분 아이들이 선호하는 몸으로 놀아주기, 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놀기, 각종 만들기 및 그리기에 진을 빼기보다는 오히려 다 같이 누워서 책을 몇십 권이라도 읽어 주는 게 육체적으로도 그나마 가장 편하고 즐거웠다. 많은 부모들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단순히 아이들의 지식을 쌓아주는 정도로 다소 편협한 의미로만 이해하고 있지만 어려서부터 부모의 목소리로 낭독하는 책을 귀 기울여 잘 듣고 성장한 아이들은 상당한 집중력과 경청의 습관이 저절로 생기며 이 부분은 향후 학습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된다. 책 읽기가 다소 길어지고 슬슬 지루해지면 오후에는 주변 놀이터들을 함께 탐방하는데 아이들은 그곳에서 아빠의 퇴근 전까지 맘껏 뛰어놀게 하고 난 주위 사람들과 육아 스트레스 해소 겸 대화를 나누거나 한편에서 조용히 책을 읽곤 했다.


남편의 경우 본인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책을 읽어주기보다는 아이들과 레고 만들기 등을 종종 함께 했다. 더욱 좋았던 건 남편은 매뉴얼 따라서 정석대로 만들기보다는 되레 주위에서 물려받은 각종 다양한 스타일의 레고를 독특한 방식대로 짬뽕을 해서 근사한 작품을 함께 만들어 냈다. 완성되면 탄성을 지르며 흥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요즘도 가끔 떠오르곤 한다.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레고와 같은 블록 교구의 경우 여자아이들의 수학 도형 감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육아서를 통해 차후에 알게 되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함께 놀면서도 간접적으로 아이들 학습에도 많은 도움이 된 셈이다.

주말에는 집에만 있어 답답해하는 아이들과 바람도 쐴 겸 온 가족이 몇 천원도 안 하는 각종 소극장 공연부터 놀이동산 연간 회원권, 아쿠아리움, 각종 공공기관 및 사설 박물관을 숱하게 다녔다. 그 시절에는 아이들을 위해서만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내년에 성인이 되는 아이의 육아의 끝자락에서 돌이켜보니 그동안 수박 겉핥기 식으로 쌓인 우리 어른들의 지식을 재정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힘들고 불안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사교육에만 맡기기보다는 부모가 다소 힘들어도 직접 함께 하는 홈스쿨링의 장점은 무엇일까?

먼저 내 아이를 보다 깊이 잘 관찰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교육은 더 이상 주입식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education이라는 어원을 살펴보면 내면에서 되레 외부로 이끌어낸다는 의미가 있다. 홈스쿨링에서 수많은 순간을 한 발짝 뒤에서 함께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아이의 눈빛이 반짝이고 유독 몰입하는지 쉽게 포착하게 된다. 덕분에 우리 집 두 아이는 각자가 원하는 진로도 대략이나마 찾게 되었다. 또한 이런 경험을 매개체로 늘 추억을 함께 쌓게 되면 시간이 흘러서도 종종 회상하며 대화도 많이 하게 되어 가족 간의 따뜻한 유대관계 및 정서도 더욱 긴밀해지게 된다. 이 부분은 아이들이 감정이 격해지는 사춘기에도 상당히 유용하게 작용되는 부분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걸 비용으로 따지기 때문에 삶에 있어 필수적인 요리, 청소 등도 아웃소싱 되는 부분이 꽤 많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할 만큼 우리의 중요한 미래의 자원이다. 그래서 교육만큼은 100% 사교육에 아웃소싱 하기보다는 그 끝은 부모가 반드시 쥐고 있어야 한다고 나는 늘 주장하고 있다.


길어지는 코로나 사태, 물리적 거리두기 및 온라인 학습으로 대부분의 부모들이 힘들어하고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의 대부분 일들은 당장의 현상보다는 결국 해석과 관점의 차이일 테다. 조금만 더 함께 힘을 내서 여건이 된다면 홈스쿨링의 다양한 장점을 되새기며 이 시기를 마냥 흘려보내지 말고 소중히 잘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현명한 부모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울기보다는 웃기를 선택하는 인생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