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이 닷컴 교육법을 고수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중에 하나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본의 아니게 참 많이 외로웠다는 것이다.
유치원, 초등 시절 내내 우리 집 아이들은 방과 후에 학원을 전전하는 대부분의 동네 아이들과는 달리 기본 학교 수업 외에는 늘 동네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해질 때까지 노는 게 다반사였다. 돌이켜보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나는 혼자서 몇 시간씩 우두커니 지켜보면서 그 외로운 시간들을 아이들의 즐거운 성장을 위해 오롯이 견뎌 내던 것 같다. 같이 속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이 친구 엄마라도 있었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기다림의 시간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지나갔을 텐데 강남의 경우 대부분이 전문직의 맞벌이라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분들은 중국 쪽의 도우미 아주머니일 경우가 대다수고 그런 탓인지 간혹 몇 마디를 나누더라도 긴 대화로 이어지기가 힘들었다.
그 덕분에 천성적으로 워낙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나의 독서량은 그 시간들을 이겨내기 위해 더 폭발적으로 늘어난 듯하다. 생명의 기본 특성상 먹으면 자연스레 배설을 하듯이 좋은 책과 글들을 늘 접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간단한 메모나 일상의 일기를 어딘가에 나만의 흔적으로 남기고 싶은 욕구가 생겨 그렇게 SNS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푸름이 닷컴의 열정 엄마들이 대부분 SNS를 하고 있고 그들 중 다수가 온라인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덩달아 그들의 다양한 일상을 함께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나도 또 즐겁게 성장해 온 것 같다. 흔히 100명의 각기 다른 엄마들이 있으면 100명의 다양한 육아가 존재한다고 했다. 엄마들도 각자의 특성에 따라 요리를 잘하는 엄마, 아이를 데리고 유독 바깥활동을 잘하는 엄마, 책을 잘 읽어주는 엄마, 손재주가 좋은 엄마 등등 다양한데 그분들의 SNS 일상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나도 또 배우고 내 육아 멘토가 되어준 듯하다.
간혹 유명 감독이나 유명인들도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SNS가 시간 낭비라는 얘기도 가끔 하지만 내 의견은 조금 다르다. 자칫 반복적이고 무료하게 느껴지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쩌다 듣게 되는 유명 강사들의 강의는 감동과 에너지도 한껏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내 머릿속에서 휘발되고 그 깊은 감동이 매일의 실천으로 연결되기보다는 1회성의 짧은 자극으로 끝나기 쉽다. 하지만 직접 강의를 한 그런 분들과도 SNS로 지속적으로 연결되다 보면 각자 매일 올리는 다양한 글 속에서 행간에서 더 깊이 다양하게 서로 배우게 된다. 똑같은 일처리를 해도 보다 스마트하게 센스 있게 일을 처리하는 매력적인 분들도 많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내게 너무나 어려운 아이랑 신나게 놀아주기, 아이 키우면서 효율적으로 건강한 집밥 해 먹기 등 엄마 영재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SNS 덕분에 배우게 되었다. 이런 도제 시스템 형식으로 나도 그들을 바라보며 정보도 공유하고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샌가 엇비슷하게 하게 되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그런 지혜로운 꿀팁들을 SNS를 통해서 어깨너머로 배우며 힘들게 느껴질 수 있는 독박 육아의 길을 그래서 좀 더 즐겁게 걸어온 듯하다.
또한 대개 여성들의 경우 관계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탓인지 혼자서 고립되어 나 홀로 뭔가를 하기보다는 타인과의 상호 작용 및 공감에 관한 욕구가 남자들보다 좀 더 강해 온라인이지만 SNS의 다채로운 연결망 속에서 일상 속에서의 소소한 행복감도 자주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는 우물가나 골목길에서 이웃을 만나 수다를 떨었듯이 SNS를 통해 비슷한 교육관을 지닌 전국의 다양한 지인들과 해외 지인들까지 소소한 일상사를 자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힘들고 지치는 날은 마음의 위로도 많이 받게 되었다.
SNS 초창기에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싸이월드와 블로그를 대부분 많이 시작했는데 나는 블로그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좀 더 간편하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카카오 스토리나 페북, 인스타그램을 선호하는 편이다. 또한 SNS는 때로는 다양한 정보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서울을 예로 들자면 정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및 도서관, 박물관, 유명 강의가 많은데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혼자서 그 많은 정보를 다 섭렵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서로서로 온라인상에서 연결이 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우연히 좋은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나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지인을 SNS상에서 만나면 또 다른 이들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일종의 사람책 같은 기능을 하는 것도 SNS의 좋은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
SNS도 채널 별로 각각의 특징이 있는데 카스와 페북의 다른 점을 묘사해 보자면 카톡방이나 카스는 마치 작고 잔잔한 호수 혹은 연못 같은 친밀감이 있다면 페북은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 광활한 태평양 바다와 같은 느낌이다. 나의 경우 처음 페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들이 로봇 조립에 한동안 푹 빠져 있었던 즈음에 데니스 홍 박사님 특강을 오프라인에서 우연히 듣고 그분이 페북을 통해 매일 통찰력 있고 긍정적인 글을 올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글들을 매일 접하기 위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방송국에도 프로그램 성격별로 다양한 채널이 있듯이 카스의 경우 내가 엄마로서 두 아이의 육아 및 양육 일기를 중점적으로 올리는 공간이라면 페북은 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나 개인의 독립된 공간으로서 나의 특성을 표현하는 장이 되고 더불어 자연스레 인맥도 쌓이게 되는 공간이다.
누가 나에게 페북과 인스타그램의 차이를 묻는다면 아무래도 글을 많이 쓸 수 있는 페북은 나이가 좀 더 있는 인생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신 오피니언 리더들을 많이 뵐 수 있다. 반면에 인스타는 20-30대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나는 40대 후반으로서 또 그들에게 신세대 감각, 현재 핫한 트렌드, 표현, 욕구 등을 또 배우게 된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기를 긍정적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일종의 나르시시즘 같은 근본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너무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SNS는 힘들고 자칫 사회와 단절되어 고립될 수 있는 외로운 육아 기간을 보내면서 타인과 긍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멋진 수단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굳이 특별한 일상이 아니어도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나누고 함께 웃고 울다 보면 이다음에 또 다른 의미 있는 추억의 공간이 되리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