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의 생각 교환일기(10) '내 인생이라는 책'

열 번째 이야기, 내 인생을 책으로 쓴다면?

by 채원

시어머니 '명희'라는 책



먼 훗날에 나의 자서전을 쓴다면 첫 문장을 이렇게 쓰고 싶다.


"I memorize the note you sent

Go all the places that we went"


이 글귀를 생각했었다.

나는 어린 시절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해서 라디오 프로에 신청도 하고 L.P도 들으면서 성장했다. 제일 좋아했던 노래 <Anything that's part of you>의 첫 가사말이다.


“추억이 깃들어 있는 노트를 보냅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나 온 모든 것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나 Myung hee

남편과 회사에서 만남부터 50여 년 동안 같이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 그 만남으로 인하여 나의 삶에 역사가 새겨졌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다사다난했던 나의 시간에 의미를 매일매일 노트에 써 내려갔다.



마음에 맑음은 언제쯤 스며들 것인가?

마음에 맑음이란 염증(?)은 퍼져나가기가 힘든 것인가?

아니 감염조차 어려운 병균(?)인 것 같다.


1999. 10월. 14. 목. 남편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신이 주신 선물 중에 가장 커다란 선물

그대와 나의 작품들

우리 아들, 딸들...


2015.9월. 1. 화



우리는 언제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만들면서 살아간다. 어제에 태양이 다르듯이 오늘에 뜬 해는 또 다른 빛으로 다가오는 것. 사건과 순간 속에서 우리는 절망하고 슬퍼하고 또는 즐거워하면서 여러 갈래에 길을 접하면서 현실을 지탱한다.



나는 Question을 찍으면서 삶을 살아갈까?

무엇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Question을 찍으면서 오늘도 서성이고 있다. 무기력한 무중력 상태 속에서 허덕이면서 어디에다 발을 내디뎌야 할지 모르는 나의 육체를 추스르면서 나 지금 여기 서있다. 멀고 먼 삶의 여정길에 힘든 마음을 숨기면서... 나의 인생을 어떻게 잘 교정할 것인가?


나는 나의 삶의 정형외과 의사가 되어야 하는 것. 삶의 마디마디를 잘 교정하고 맞추는 유능한 O.S닥터가 되어야 하는 것을 느끼면서... 언제 그 어려운 삶의 고시를 패스할 것인가 생각해보는 오늘이다.


2012.4월. 19. 목. 남편 암 수술한 날에...



그랬었다. 그러나 2021년 나는 행복하다.

비참하고, 슬프고, 아프고, 억울하고 애가 탔던 그 시간들이 위대하다는 것을 알기에 고마운 인생을 영위하고 있다. 나의 네 점의 작품들은 자기 빛을 발하면서 나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2021년 6월. 24. 목

Myung hee



시어머니 명희의 글 원본




며느리 '채원'이라는 책



"사랑해, 후회 없이 잘 놀다가요"라고 말하며 눈을 감고 싶다. 솜 털 만한 아쉬움 없이 떠나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만은 적어도 후회 없이 재밌게 살았다.


라고 시작하는 나의 자서전을 흐뭇하게 하늘에서 바라보고 싶다. 요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생각과 신념은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 충실한 마음을 가지는 것. 지금 나에게 주어진 맑은 하늘에, 쏟아지는 햇살에, 아이의 웃음소리와 남편의 따뜻한 손길에 행복을 느끼는 것. 그러한 마음을 키우고 간직해내는 게 지금 나에게 참 중요하다.


얼마 전 엄마가 말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생은 참 짧아, 하고 싶은 일 고민할 시간에 그냥 하면서 살아 채원아"


엄마의 절반이 넘는 삶을 또렷이 함께 해온 나라서 엄마의 말의 의미를 깊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엄마 그때 그거 한번 해보지, 아 이건 왜 안 했어?"라는 아쉽다는 이야기들을 할 때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엄마는 미소 띠며 말한다. "그러게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어렸는데 말이야?"


(엄마는 30년을 넘는 시간 동안 현직 간호사로 일하고 계신다. 일을 하는 여성으로, 그리고 또 엄마로, 엄마는 얼마나 많은 개인적인 것들을 내려놓았을까. 내가 엄마가 되고나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50세가 넘는 나이에 석사 준비도 하셨고, 여러 가지 놓친(?)사업 아이템도 있고, 부동산도…ㅎㅎㅎ 조금 나이를 먹으니 자꾸 더 보이는 현실적인 소소한 아쉬움들…ㅎㅎㅎ)


엄마의 작은 아쉬움들이 나에게 닿아, 켜켜이 쌓인 그 순간들을 내가 다 훌훌 털어 날려 보내줘야겠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차근히 기억하며 재밌는 일들을 쏟아내며 함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남편은 누구보다 현재를 즐겁게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이다. (본인은 부정하지만 ㅎㅎㅎ) 생각하는 것들을 집요하게 파내고 욕심을 부려 취할 줄도 알고, 즉흥적인 것 같으면서도 촘촘한 계획을 가지는 능력. 나와 참 다른 듯 닮아 있어서 별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때 남편을 따라가면 결국 즐겁다. 그래서 부부인가 싶다. 그렇게 서로를 보완하며 행복해야지, 남편이 표현 못하는 부분을 섭섭해하지 말고 내가 해야지, 그렇지만 꼭 말해줘야지, 서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표현하고 살아야 더 단단해질 테니까. 그렇게 매일매일이 잘 쌓여야 순간순간 재밌게 잘 놀 수 있다. 그러한 우리로 남고 싶다.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다가 문득 생각에 잠긴다. 나는, 우리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친구 같은 부모? 그건 부모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우리 아이가 삶의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마음 편히 목 놓아 울 수 있는 품이 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걱정할까 봐...'라는 마음으로 엄마 앞에서 쉽게 울지 못하는 우리들을 알아서(나를 포함하여)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나누고 싶다. 아직 나도 ing 중인 이 삶을 어떠한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나누고 배우고 싶다. 스스로의 행복을 취할 줄 아는 자세, 타인을 향한 적당한 배려의 마음들을 함께 해야지.


누군가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어떤 사람들이야?"


라고 물었을 때,


“우리 엄마, 아빠는 진짜 재밌게 잘 노는 사람들"

이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누가 무어라 해도 솔직한 마음을 글로 써 내려가는 지금이 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