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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원 Feb 28. 2022

시어머니와의 생각 교환일기(25) ‘빵’

스물다섯 번째, 좋아하는 것들 이야기 ‘빵’


시어머니 명희의 빵 이야기


 시댁은 빵을 주식으로 할 정도로 좋아하셨다. 그 옛날 시부께서 출근 하실 때 아침은 언제나 샌드위치를 또는 곡물 빵을 드시고 출근 하셨다. 남편도 빵을 좋아해서 빵을 항상 집에 준비해 놓아야 했다. 그래서 손님으로 오시는 분들도 빵을 사 가지고 오셨다. 남편은 유럽에 연수을 다녀온 후로는 더 빵을 선호했다. 제과점에서 빵을 구입해서 언제나 먹을 수 있게 한 기억들…


지금은 아내라는 타이틀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할머니라는 명사로 살고 있지만  또한 (?)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삶을 지탱했다고   있다. 내가 明熙 (명희)  생활했던 그때 아침을  먹고 출근했다고 엄마는 회사로 빵과 우유를 가지고 오셨다.  때는 부끄러웠지만 지금 빵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있게  빵이었다.

 그 엄마의 마음, 엄마의 자식 위하는 정성. 그 포근포근한 마음을 주셨기에 지금까지 삶을 잘 꾸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빵이야말로 나의 버팀목의 빵이다. 그 기억만 떠오르면 행복하고 감사하다.


어린 시절

빵을 만들어 주시던 엄마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막걸리를 넣고 술빵을 만들어주신 엄마, 밭에서 재배한 콩을 삶아서 넣으시고 뚝딱 만들어 주셨던 우리 엄마, 대단한 분이셨다. 오라버니 하고 14살 차이가 있는 나는 항상 귀한 딸이었다. 몸이 허약한 나를 위하여 모든 걸 해주셨다. “너도 죽으면 안 된다” 하시면서. 엄마의 그런 한 없는 정성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나름대로 빵빵하게 살고 있다.


나의 첫 번째 손자 ‘영인이’

 집에서 빵을 만들고 있다. 제빵기까지 구입하면서 까지… 이제 초등학교 졸업한 손자다. 6학년 때부터 빵에 관심이 있더니 이제는 제법 잘 만든다. “할머니 어떤 빵이 드시고 싶으세요” 하면서 나에게 빵을 만들어 주고 있다. 우유 식빵도 만들어서 가지고 오고, 카스테라도 만들어 가져다주고…

 남편이 교통사고로 긴 시간 동안 입원해있었던 그때도 빵으로 버티며 남편 옆에 보호자로 살았다.(?) 장애를 입고 장애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남편을 보면서 눈물 흘렸던 그 시간도 약간의 빵으로 삶을 이어갔었다. 내가 긴 세월 동안 인내했던 고된 삶을 나의 손자 영인이가 정화시켜주고 있다. 여러 종류의 빵으로…^^


한때는 밤잠을 설치며 한 사람을 사랑했고 삼백예순 하고도 다섯 밤을 한 사람만 생각했던 아름다웠던 시절을 뒤돌아보면서 지금 현재 빵빵하게(?) 그 한 사람과 동행하면서 늙어가고 있다.


2022. 2월. 27 (1월 27) sun


시어머니 명희의 글 원본



며느리 채원의 빵 이야기


‘빵순이 빵돌이’라는 말이 생겼을 때 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빵순이라고 불릴 만큼 빵을 좋아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쉬는 날이면 맛있는 빵집을 찾아가고, 건강한 빵을 검색해 편하게 빵을 즐길 수 있는 지금이 고맙다.


스무 살 초반 친구와 함께 간 유럽 여행에서의 작은 바케트가 생각난다.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의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여행의 경험도 적었기 때문에 ‘조식’이라는 개념이 낯설었다. 백팩커 한 층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에는 몇 종류의 빵과 시리얼, 우유가 있었다. 별다른 기대 없었던 우리는 즐겁게 먹고 마시며 친절한 호스트가 작은 바게트를 몇 개 싸줬다. ‘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뚜벅이 여행객들에게 때맞춰 먹을 수 없던 끼니를 때울 수 있게 해주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흔히 보이지 않지만 작고 짧은 바게트를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정보력도 경험치도 적었던 용감한 어린 날의 이제 애기 엄마들이 된 친구와의 여행.


‘빵이 땡기는 날’이 있는 게 참 많이 변한 모습 같다. 결혼하기 전에는 배달 음식도, 끼니를 빵으로 때우는 것도 흔치 않았다. 지금은 피자와 햄버거를 좋아하는 남편 덕에 그 맛을 알게 된 나는 ‘오늘은 피맥?’하며 종종 저녁을 보낸다. 하루는 빵으로 세끼를 먹은 날도 있다는 게 지나고 보니 참 놀랍다.


돌이 지난 아이에게 첫 빵으로 ‘쌀 식빵’을 주었다. 역시 엄마, 아빠를 닮아 열심히 맛있게 먹는 모습이 예쁘다. 시아버지가 자주 사다 주시는 파주 장단콩 팥소빵을 아이스크림보다 먼저 집어 먹는 아이를 보며 빵을 좋아하는 것도 유전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밥을 먹기 전 빵을 들켜(?)버리면 그날 식사는.. 나의 노고는 날라간다. ㅎㅎㅎ


 빵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맛있는 빵을 찾아다닌다. 엄마가 주고 싶은 포근포근한 마음을 아이가 느꼈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빵에 대한 추억 만큼 아이에게도 맛있는 빵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빵돌이 우리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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