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88
<의료진도 MBTI를 따져보자>
1.
“그 의사는 정말 저하고 취향이 안 맞았어요.”
사람고치는 데 취향이 필요할까?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필요하다.
사람끼리 MBTI는 안따져봐도 좋지만, 의료진을 선택할 때는 취향을 따져보자. 의료진 개인성격 MBTI말고 진료과정상 MBTI는 어떤지 미리 알아보고 가면 좋다.
2.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응대하는 의료진이 있다. 환자가 이야기하면 도중에 끊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듣기만 한다. 묻는 말에 답을 해주기보다, 혼자 머릿속으로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다. 환자 말이 다 끝나면 처방한 약 써보고, 나중에 다시 오라고 말한다. 끝이다. 내향형 I 타입 진료다.
“아, 머리가 아프셨다구요? 정말 힘드셨겠어요. 그럼 타이레놀은 드셔 보셨구요?”
반면 오은영선생님처럼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도하는 의료진도 있다. 주거니 받거니 신나게 떠들다 보면 어느새 진료시간 훌쩍 지나간다.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도 속 시원히 다 들었다. 외향형 E 타입 진료다.
3.
설사한다고 말하면 요즘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 장염부터 떠올린다. 몇 가지 주변질문을 던진 뒤 장염에 대한 약 처방을 내린다. 혹시 이 약쓰고 잘 안 들으면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하자는 주의다. 체질을 거론하며 1분 만에 진료가 끝나기도 한다. 확률적이고 원론적인 판단을 내릴 때가 많다. 직관형 N타입이다.
반면 감기에 걸리든 배가 아프든, 머리에서 발끝까지 샅샅이 조사하는 의료진도 있다. 온 몸을 탈탈 털고 난 뒤에야,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판단을 내린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절대 넘겨짚지 않으며, 하나하나 가능성을 따져본다. 감기약 받으려다 20분 걸리면 좀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실수가 없고 치료가 잘된다. 감각형 S 타입이다.
4.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지 묻는 의료진이 있다. 시어머니와 갈등이 있었다고 하면 맞장구까지 쳐준다. 팀장님이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같이 분개한다. 분명히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어느새 한바탕 수다를 떨고 있다. 전부 쏟아내고 나니 벌써 반은 나았다. 감각형 F타입이다.
“어제 결혼식 가신 이야기는 됐구요, 해산물을 드셨는 지만 말씀해주세요.”
그리 길게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나를 피고로 만드는 의료진도 있다. 예 아니요 말고 다른 말이 나오면 즉각 커트다. 검사결과와 병명 같은 팩트외에 내가 불편한 느낌이나 상황설명은 그리 귀담아 듣지 않는다. 사고형 T타입이다.
5.
“목아픈데 디스크 맞죠?”
/“네네, 디스크 가능성이 충분히 있죠.”
무슨 말만하면 다 맞다고 하면서 환자 말에 동의한다. 환자가 의사도 아닌데 어디가 맞고 어디가 틀렸는지 일일이 따지지 않는다. 길게 말 섞을 일이 없고, 내가 달라는 약과 해달라는 물리치료를 그대로 다 해준다. 인식형인 P타입이다.
어떤 의사는 내 말을 잘 분석한 뒤, 일장연설을 시작한다. 이 병이 생긴 이유와 지금상태, 그리고 앞으로 치료전망까지일목요연하게 주욱 PT를 한다. 이대로만 따라가면 암도 고칠 기세다. 판단형인 J타입이다. 취향에 옳고 그름은 없지만, 나와 안 맞으면 그 의료진은 돌팔이처럼 느껴진다. 참고로 나는 진료실에서 E-S-F or T-J 유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