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89
<잘 버리는 사람이 결정을 잘하는 이유>
1.
“휴가를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산에도 가고 싶고 바다에도 가고 싶은데...”
속초가 제주도를 제치고 국민관광지에 등극한 이유다. 휴가지면 이 정도 옵션이라도 있지만,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대부분의 순간에는 타협점이 없다.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2.
“이 옷은 절대 못 버리시겠어요? 자, 두 손으로 이 분홍원피스를 한번 만져보세요. 두근두근 설레시나요? 아무 느낌 없으면 바로 버리세요.”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는 정리정돈의 기본으로 버리기를 꼽는다. 대부분 집이 복잡한 이유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다.
정리전문가들의 컨설팅 과정을 보면, 결국 핵심은 버리기다. 그렇게 버리고 집이 훤해지고 나니 나 혼자 버리고 치웠어도 될 일인데, 괜히 돈 주고 사람 불렀나 후회된다. 아니다. 그 전문가의 손길이 아니었으면, 천년만년 이고지고 허리디스크 생길 때까지 당신 혼자서는 절대 못 버린다.
3.
아무 물건이나 마구 버리는 헤픈 사람 말고, 물건을 제대로 잘 버리는 사람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물건들 사이 서열개념이 확실하다. 1순위부터 자리를 배정하다가 남은 자리가 없으면, 무덤덤하게 최하위 9순위부터 버린다. 잘 버리는 사람은 항상 우선순위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또한 이미 결정된 과거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는다. 여행 중 너무 예뻐 사온 모자지만, 휴가지에서도 쓰기 민망하여 3년 내내 처박아 두었으면 이제 포기할 때가 됐다. 남 주거나 버리거나 둘 중 하나다. 미련 맞은 사람이 원래 미련을 못 버린다.
4.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떠나 보내지 못해서 그래요.”
보도 셰퍼는 결정의 어려움을 아주 간단히 설명한다. 독일어 ‘결정’이라는 단어에는 ‘이별’이라는 어원이 포함되어 있다. 결정하는 과정은 한마디로, 무엇인가 떠나보내며 작별을 고하는 의식이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산도 바다도, 짬뽕도 짜장면도 모두 놓고 싶지 않으니 결정을 못한다. 선택은 내 마음에 드는 1등을 고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실은 다르다. 그 하나의 선택을 남기고 나머지 모든 가능성을 버리는 과정이 선택이다.
5.
선택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딜레마는 바로 과거와 미래의 충돌이다. 지금껏 해오던 방식을 포기하지 못한다. 익숙한 방식 그대로 안주하고만 싶다. 과거를 포기하지 못하니 미래가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다. 새로운 가능성, 효율적인 사고방식, 더 좋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지만, 계속 과거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다.
아프리카의 원숭이 사냥꾼은 너무 쉽게 돈을 번다. 나무구멍에 달걀만한 돌을 여러 개 넣어두고는 그냥 기다린다. 사냥꾼이 멀어지면 지켜보던 원숭이들이 호기심에 모여든다. 손을 넣으니 돌멩이가 잡힌다. 손을 꺼내려 해도 안 빠진다. 돌을 놓지 않으니 빠질 리가 없다. 사냥꾼이 천천히 걸어가 원숭이를 바구니에 담는다. 원숭이보다는 나은 인간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