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90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90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1.

“이 집 스파게티는 너무 느끼해.”

“이 집 스파게티는 너무 짜.”

/“어휴, 그냥 주는 대로 좀 먹어. 너는 요리사는 절대 못 되겠다.”

아니다, 이 사람이야 말로 요리사의 자질을 타고났다. 본인 미각을 만족시킬 음식을 만들면, 무조건 최고의 걸작이 나온다.


2.

“아니, 음식에 대해서 이렇게 불평이 많은데, 음식 만드는 일이 천직이라구요?”

그렇다, 어떤 일의 전문가는 그 분야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면 본인만 좋다. 남들이 그 음식 맛없다고 투덜거려도 이해를 못한다. 나는 이렇게도 맛있는데 왜 저러실까?

심리학자 김경일교수는 그 분야 전부에 관심이 많으면, 그저 취미로 만족하라고 말한다. 재즈 락 트로트 발라드 모든 음악을 다 좋아하는 사람은, 음악가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음악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 싫어하는 장르가 분명하고, 그 차이를 정확히 느끼는 사람이야 말로 음악적 안목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다.

3.

“매니저님, 저 너무 힘들어서 일 못하겠어요.”

함께 일하는 알바가 너무 친절해서 문제다. 주문은 산더미처럼 밀려있는데, 거동 불편한 할머니 버스정류장까지 부축해 드린다고 당당히 자리를 비운다. 당연히 훌륭한 일이지만 본인 직성대로 친절을 다 베풀면서 사람대하는 일을 할 수는 없다.


매니저가 그 알바생을 불러 한마디 하면, 업무방식이 바뀔까. 그렇게 너무너무 사람을 좋아하고 잘해주려는 사람은, 마음의 소리대로 행동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연인이나 지인으로는 만점이지만, 사람을 상대로 돈을 벌어야 하는 영업직종에는 알맞지 않은 캐릭터다.


4.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서 어느 쪽으로 직업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조건 잘하는 일을 택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고르면 지금 당장은 즐거울지 몰라도, 성과를 내지 못하며 점점 뒤쳐질 가능성이 많다. 남들은 안 좋고 나만 좋은 일은, 취미로 돌리면 좋겠다.


나는 별로 마음이 가지 않지만, 나의 그 재능에 남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경우가 있다.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남들은 신이 내린 솜씨라며 입이 떡 벌어진다. 말 그대로 천직이다. 하늘이 내려준 나만의 재능이다.


5.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잘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말도 맞다. 대신 내게 남다른 능력이 없을 때만 맞다. 골프연습 10년해서 겨우 89점짜리 스윙을 만들었지만, 타이거우즈가 ‘아, 이게 골프채구나!’ 난생처음 휘두르는 스윙이 90점이다. 이런 재능이 있는 데도 골프대신 음식이 좋아 요리사의 길을 걷고 싶어 한다면?


일은 돈받고 하는 프로의 세계다. 내 취향이나 자기만족은 아무 상관없다. 돈 내는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 그 한 가지 관점만 중요하다. 연습으로 실력을 끌어 올리든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든, 완성도만 높으면 된다. 내가 좋아서 선택했지만 완성도가 낮아 사람들 관심을 끌지 못할 때, 혼자 이불 킥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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