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91 <나를 걱정하는 말인지 감별하는법>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91

<정말 나를 걱정하는 말인지 감별하는 법>

1.

“거봐,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진작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그랬어.”

가뜩이나 열 받아 있는데 기름을 들이 붓는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가. 무릎 꿇고 사과라도 하라는 말인가. 언뜻 보면 나를 위한 말 같지만, 그냥 얄밉기만 하다. 괜한 잔소리와 진심어린 염려는 차원이 다르다.


2.

“에이, 거기 대마를 끊었어야지.”

장기나 바둑 둘 때 꼭 옆에서 훈수들며 참견하는 사람이 있다. 판돈 1만원 걸린 중요한 판인데,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한마디씩 던지면 정신만 사납다. 내가 질까봐 염려해주는 듯 하지만, 잠시 뒤에는 상대방 순서에도 한마디씩 거든다.


자기과시 유형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으며, 내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상대를 위기에서 구하려는 마음대신, 자신이 돋보이고 싶은 공명심이 우선이다. 일종의 나르시시즘이다. 관심의 초점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3.

“비 오는데 우산 챙겼어? 진짜? 진짜 진짜로?”

상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스스로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스타일이다. 더 잘 챙겨주었다면 그런 일이 안생겼을텐데, 전부 내 잘못이라고 여긴다.


자기불안 유형이다. 내가 불안하고 내 마음이 편치 않으니, 했던 말 또 하고 또 한다. 상대가 내 말을 흘려들었을 때 생기는, 그 안좋은 결과를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 상대의 불행을 나의 불행으로 여기고 있으니, 결국은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는 방식이다.


4.

“난 지금 네가 늦었다고 화내는 게 아냐. 차근차근 내 말부터 잘 들어봐.”

차라리 소리한 번 꽥 지르고 그냥 끝내면 좋겠다. 약속시간 5분 늦었다고 50분 동안 훈화말씀 하려고 들면 너무 지친다. 절대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지만, 길게 길게 길~게 반복해서 말한다.


분노표출 유형이다. 상대를 위하는 분석의 말처럼 들리지만, 결국 조곤조곤 아니 자근자근 상대를 혼내는 중이다. 그 정도 일로 화내는 쪼잔한 사람이 되기는 싫고, 끓어오르는 분노도 참을 수 없다. 결국 선택한 방법이 상대를 위하는 척 잔소리를 끊임없이 퍼붓는 행동이다.


5.

잔소리와 염려의 구분은 참 쉽다. 그 멘트의 중심이 어디 있는지부터 살피면 된다. 결국 말하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한 말이라면 무조건 잔소리다. 겉으로는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지만, 실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자기를 위한 말이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괜찮을까?”

진정 상대를 위한다면 대화의 타깃 자체가 달라진다. 미래 어느 시점 상대가 이런 실수를 또 저지를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다음에는 실패를 겪지 않고 잘 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진심만 들어 있다면 말주변이 없어도 상대는 다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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