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92 <팀웍이 깨지면 적보다 위험하다>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92

<팀웍이 깨지면 적보다 위험하다>


1.

“기획안은 재무팀에 갖다드리셨죠?”

/“아뇨, PT가 중요할 듯해서 파워포인트 작업하고 있었는데요.”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말이 딱 맞다. 서로 딴생각하고 엉뚱한 행동만 하고 있으면, 절대 시너지를 낼 수 없다.


2.

아마존에 비행기가 추락했다. 경찰과 살인범은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주위에 악어 떼와 아나콘다가 득실득실하다. 생존을 위해 서로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다. 경찰은 살인범 감시하고 살인범은 도망칠 궁리하느라, 서로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차라리 경찰이나 살인범이 혼자일 때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높다. 외부의 적을 경계하고 맞서 싸우기도 벅찬 와중에, 같은 편끼리 서로 쓸데없이 이렇게 진을 뺀다. 시너지는 커녕 서로 태클걸기 바쁘다. 악어는 선글라스 끼고 오렌지쥬스 마시며, 멀찍이서 이 광경을 편히 감상한다. 둘이 다투느라 지치고 나면 힘 안들이고 잡아먹으면 된다. 한명씩 한명씩.


3.

축구에서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수비수 김민재라도, 다른 수비수와 팀웍이 안 맞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저 공격수를 내가 막아야 하나 다른 선수에게 맡겨야 하나, 주저하고 눈치만 보는 와중에 상대선수가 그 사이로 지나가 골을 넣는다.


이렇게 축구에서 1 더하기 1은 0이 될 때가 많다. 팀웍이 좋으면 3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손발이 안 맞으면 오히려 아무도 없는 상황과 똑같아진다. 선수 각자의 능력은 월드클래스지만, 모아놓으면 오합지졸이 되고 만다.


4.

이전에는 팀웍을 위해 강제로 친밀도를 높였다. 회식을 자주 하고 주말마다 등산을 하며 최대한 끈끈한 관계를 만들었다. 호칭이 언니와 형으로 바뀌면서 어설픈 혈연 수직관계로 재편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팀웍이 좋아졌다기 보다, 상명하복 형태로 일사불란해진 효과였다.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집에서 엄마 아빠 말도 잘 안 듣는데, 어디 회사에서 감히 윗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하라고 강요하는가. 요즘 신입사원들이 조직문화를 못 견디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조직의 팀웍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개인플레이하는 행동 역시 용납할 수는 없다.


5.

“어떻게 하면 팀웍이 좋아질까요?”

그 답을 알면 노벨상이다. 구성원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서로가 ‘나 하나쯤이야.’ 하게 되는 ‘링겔만효과’로 이어지기 쉽다. 책임과 보상의 한계를 확실히 해두면 좋다. 여러 명이 무리지어 있으면 아무도 쓰레기를 줍지 않지만, 무조건 제일 가까운 사람이 줍기로 정해 놓으면 어떻게든 굴러는 간다.


개인별, 유닛별 미션을 세분화하는 방식이 그나마 낫다. 조직의 역량을 높이려면 구멍부터 찾아 메워야 한다. 측정가능한 지표로 무임승차 자를 가려낸 뒤, 공헌 자를 잘 포상하기만 해도 훌륭하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확실한 1등과 엄청난 꼴찌만 잘 구별해주어도, 다들 불공평하다며 뒤로 물러서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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