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93
<논리로 설득하는 사람은 3류>
1.
“정말 답답해요. 이만하면 초등학생도 이해할 만큼 깔끔하게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지 않았나요?”
논리에 맞게 말하기만 하면, 상대방 마음의 자물쇠가 덜커덩 저절로 열릴 줄 알았는가. 아무리 내가 1 더하기 1이 2라고 말해도, 상대가 아니라고 하거나 못 믿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어쩔 텐가, 경찰에 신고라고 하고 싶은가.
2.
설득에서 논리는 제 3순위다. 시험문제 앞에서라면 사실에 근거한 논리적인 추론으로 끝이다. 전문가인 채점자가 자신의 전문지식과 정답에 근거하여, 내 답안을 제대로 평가하기만 하면 확실하게 100점이 나온다.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그렇게 순진한 설득의 프로세스는 모두 끝났다.
실전에서 내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줄 심판관은 아무도 없다. 오직 나와 내 말을 듣는 상대방만 존재할 뿐이다. 심지어 법정에서 마저 변호사와 검사의 주장에 따라, 똑같은 내용의 말이 옳은 말이 되기도 틀린 말이 되기도 한다.
3.
설득의 3요소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는 3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라는 말이 아니다. 딱 그 순서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1순위는 무조건 에토스다.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 자체에 대한 이미지다. 지금 상대가 하려는 말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 사람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런 말을 할 만한 자격은 있는지, 인품은 존경스러운 지 1차 검증을 하는 과정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바로 오늘 당신도 그랬다. 경제이슈에 대해 애널리스트 아무개가 방송에서 한마디 하면 초집중하지만, 10년간 매일 3시간씩 경제를 공부해온 숨은 실력자 김대리 분석에는 콧방귀를 끼지 않았는가.
4.
겨우 에토스를 통과하면 두 번째 관문은 파토스다. 파토스는 듣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여 행동하도록 부추긴다. 이 땅의 피울음과 하얀 옷의 핏줄기를 말한 뒤, 다시 저 들판에서 뜨거운 흙을 움켜 쥐라고 열정을 깨우는 방식이다. '광야에서' 노래에는 그런 파토스의 힘이 들어 있다.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타인을 비난하여 그에 대해 분노하게 할 수도 있고, 듣는 사람의 아픈 부분을 교묘히 건드려 욱하게 할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대중을 선동하든 물건을 팔려고 영업을 하든,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은 매 한가지다.
5.
상대가 당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고 기꺼이 행동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을 때, 이제야 논리가 필요하다. 정확한 논리에 설득당한 뒤, “아, 그렇게 행동하는 편이 맞겠네요.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자체는 아주 정확합니다. 좋아요, 당신 말대로 할게요.” 그런 합리적인 사람은 없다.
다들 공부 할 만큼 했고, 남들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훨씬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사기를 당하고, 업무 중 황당한 판단을 저지른다. 나를 설득하려고 작정하는 사람은 에토스 파토스를 거쳐 로고스까지 단단히 무장하고 덤빈다. 절대 자기 자신을 과신하지 말자. 내가 남을 설득하려고 애쓰는 에너지의 백만 배쯤 들여가며, 남들은 나를 설득하려고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