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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ul 27. 2023

@소통잡화점 899 <휴가가기전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소통잡화점 899

<휴가가기전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1.

“팀장님, 재고현황은 김대리 업무인데 왜 저한테 말씀하시나요?”

/“아~ 김대리가 말을 안 하고 갔나 보네요. 오늘부터 휴가예요.”


다음 주에 박대리도 휴가를 가야하니, 빈자리 커버는 서로 간에 당연하다. 대신 요며칠 이슈가 될 일은 무엇인지,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인계는 제대로 해주고 가야하지 않을까. 에어컨은 잘도 돌아가는데 왜 이리 더운가.     


2. 

예의는 인간관계 속에 선제적인 보험가입이다. 안전운전하며 별일 없을 때는 보험료가 아까울 지경이다. 아주 오랜만에 꽤 큰 사고가 난 뒤, 내차 상대차 수리비 엄청 나오면 비로소 보험료 고마운 줄 안다. 예의를 안 지키는 사람은 그 후폭풍이 더 엄청나다.     


예의없이 행동하면 보복을 낳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수준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보복은 몇 곱절 더 ‘보강된 복수’다. 남의 마음에 상처를 내면, 백배 천배 처절한 응징이 돌아온다. 자칫 불바다가 휩쓸고 지나갈 수도 있다. 즐거운 휴가를 떠나면서 김대리는 불을 질렀다. 휴가전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할 판에 너무 아쉽다.     

3. 

“박대리 수고 많았어요. 다음 주 휴가 때는 내가 잘 커버할게요.”

복귀한 김대리가 인사를 건네지만, 박대리 표정이 영 심상치 않다. 김대리는 영문도 모른 채, 박대리가 며칠 업무커버 했다고 유세 부리는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바로 그 다음주!     


예상대로 박대리는 인사말 한마디 없이 쌩 휴가를 떠났다. 아침부터 전화통에 불이 난다. 구태여 오늘로 미팅일정 옮기고 왜 아무도 없느냐는 전화는 애교였다. 듣도 보도 못한 업체대표가 사무실로 찾아와, 왜 시안 안 보내주느냐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다. 당연히 박대리 핸드폰은 꺼져있다. 그제야 김대리도 자신의 죄를 조금, 아주 쬐끔 깨닫는다.     


4.

인원 100명인 회사라면 돌아가면서 휴가를 가도, 업무로딩이 비슷비슷하다. 5명이 한명씩 휴가를 가면 꽤 버겁다. 3명중 1명이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모두 휴가를 안가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서로 상대를 배려하며 예의만 지키면 모두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다. 휴가일정을 정할 때부터 서로 겹치지 않게 미리 일정을 조율하면 좋다. 휴가를 가기 전 급한 일은 알아서 미리 처리한다. 미루거나 당길 수 없는 특별한 일은, 소상하게 자초지종을 적어 미리 인수인계 해주면 된다.      


5. 

많이 챙겨주고 많이 챙겨 받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기본 자세만 가져주어도 너무 황송하다. 법조문 분석하듯 휴가에 대한 회사규정을 분석하고, 규칙에 어긋나지 않으니 내 편의대로 행동해도 아무 문제없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법과 규칙은 항상 최후의 보루다. 그 무수한 변수를 고려하여 휴가일정에 대한 378페이지짜리 규정집을 만드는 회사는 없다. 어느 정도는 서로 예의를 차리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불문율로 내려오는 우리 사무실 전통이 있다면,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나만 똑똑하다고 생각하다가, 더 똑똑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된통 당한 뒤 뒤늦게 후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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