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ul 26. 2023

@소통잡화점 898 <행정의 위대함>

@소통잡화점 898

<행정의 위대함>     


1.

“행정일 하느라 너무 바빠요, 이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하는지...”

행정처리가 없었으면 당신이 지금 그 자리에서 근무할 수도 없었다.      

사람을 뽑고 관리하고 조직이 돌아가는 그 모든 일이 행정이다. 언뜻 무의미해 보일지 몰라도, 삼시세끼 밥먹는 일처럼 중요한 일상이다.     


2. 

돈과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 행정의 기본이다. 이번 여름휴가를 제주도에 가기로 결정하는 일은 너무도 쉽다.  그 이후 예산을 얼마로 정할지, 맛집은 몇 번이나 갈지, 운전은 누가하고 숙소는 누가 알아볼지, 하나하나 결정해야 할 일 투성이다.     


“아, 당신은 너무 걱정이 많아서 탈이야. MBTI가 대문자 J 인가봐? 그냥 적당~히 닥치는 대로 해결하면 돼. 그게 여행의 묘미지.”

맞는 말이다, 단 일상생활과 업무까지 여행하듯 대충하려고 드니 문제다. 돌발변수까지 재미로 느끼며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뜩이나 머리 아픈 세상에 가능하면 신경 덜 쓰며 지내고 싶다. 그러려면 행정이 필수다.     

3. 

행정작업을 하기 전 우선 결정해야 할 문제가 있다. 돈이든 사람이든 어떤 목적을 위해 쓸 것인지 목표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목표가 없으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고, 자칫 n분의 1로 골고루 쪼개버리기 쉽다. 군 소리 없이 일처리하려면 무조건 똑같이 나누는 기계적 평등이 제일이다.     


만일 특별히 해결해야 할 미션이 있다면, 자원을 몰아주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미학이 필요하다. 그만한 에너지가 모여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이 가우디보러 스페인에 여행을 갔으면서, 성가족성당 카사밀라 카사바트요의 입장료가 비싸다며 들어가지도 않는다면? 사람 마음은 순간순간 변하기 마련이므로 미리 행정적으로 잘 따져 놓으면 닥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4.

“진료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언제 차트에 일일이 기록을 하고 있어요.”

“학생들 가르치느라 너무 힘든데, 나이스 기록까지 하려니 너무 벅차요.”

행정이 원래 그렇다. 행정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직업은 거의 없다. 공무원조직도 행정만 담당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행정은 덜 중요하고 고리타분한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그 헛수고가 없었다면, 지금 나도 내 일을 해내지 못했다. 마지못해서든 시켜서든 처리한 일을 잘 기록하고, 해야 할 일을 미리 따져보면서 주먹구구를 벗어나야 한다.     


5. 

의사와 교사의 목표가 진료와 교육이라면, 행정은 그 목표를 위한 과정이다. 제 아무리 환자를 잘보고 학생을 잘 가르치더라도, 행정적인 절차에 어두우면 결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행동의 성과를 행정이 평가하고, 서로간의 갈등도 행정이 해결한다.     


행정의 기본은 기록이다. 오늘 저녁 된장찌개를 맛본 사람은 모두 환호성을 올렸다. 오늘의 이 사실을 내일 다음 달 내년에도 기억하려면 참석자 기억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조금 귀찮더라도 그 맛을 최대한 묘사하여 기록해 놓아야, 제 3자도 어슴푸레 현장감을 느낀다. 난중일기나 징비록도 결국은 귀차니즘을 이겨낸 행정기록의 결과물이다.


작가의 이전글 @소통잡화점 897 <일관성있는 사람의 힘은 예측가능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