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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ul 31. 2023

@소통잡화점 901 <인간관계의 회색지대>

@소통잡화점 901

<인간관계의 회색지대>     


1.

“김대리, 이대리한테 너무 냉정하게 대하는데?”

/“나는 기준이 칼같은 사람이야. 그렇게 예의 없는 사람한테는 나도 잘해 줄 생각 없어.”     


박대리 최대리 조대리는 기준이 흐리멍덩해서 이대리하고 잘 지내는 줄 아는가.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있기 마련이다. 사회생활 하려면 성질 죽일 줄도 알아야 한다.     


2. 

“그럼 어떡해요. 일은 대충하고 동료는 챙기지도 않는데, 다른 해결방법이 있나요?”

만일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함량미달인 사람이었다면, 김대리가 구태여 낙인찍을 필요도 없다. 이미 수많은 사람의 비난 속에 팀장님이 진작에 조치를 취하셨을 테니 말이다.     


지금까지 큰 분란 없이 그럭저럭 지냈다면, 남들 보기에 최악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대리 기준이 남들보다 높아서 혼자 꼴 보기 싫어할 뿐이다. 김대리 말 자체는 다 맞다. 다만 세상사람 모두 철저히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니 문제다.     


3.

“그렇군요, 그럼 저는 이대리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정답은 회색지대다. 38선 딱 그어놓고 엄지발가락 하나만 넘어오면, 즉각 기관총 발사하며 전쟁불사하려고 들면 피차 피곤하다. DMZ 라는 완충지대를 만들어 놓은 이유가 다 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A급으로 인정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을 C급으로 낙인찍어도 좋다. 대신 그 사이에 B급 그룹을 별도로 만들면 좋겠다. 인연을 맺는 모든 사람과 천년만년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적도 아니고 아군도 아닌, 적당히 좋게 좋게 어울리는 ‘사회적 관계’도 한번 인정해 보자.     


4.

느슨한 관계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인간관계 자체가 훨씬 수월해진다. 얄미운 짓을 하지만 일은 잘하는 박대리, 업무력은 떨어지지만 사람 좋은 최대리, 까탈스럽지만 성실성 하나는 끝내주는 조대리까지 모두 회색지대에 넣어둘 수 있다.     


구태여 그들 안 좋은 점을 하나하나 꼬집어 내어 뜯어고치려 들거나, 차갑게 외면하며 무시하지 않아도 된다. 엄청난 도움이 안 되더라도 결정적인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그냥 그렇게 회색지대에서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5.

“이대리, 당신은 또 왜 김대리하고 그렇게 썰렁하게 지내요?”

/“저만 보면 잔소리하고 안 좋은 표정 지으니 말 걸기도 싫어요.”

김대리 보기에는 이대리가 기준미달이지만, 이대리에게는 김대리가 딱 그렇게 보인다. 다른 팀원들보다 사교적이지 못하고 늘 트러블을 일으키는 쪼잔한 사람으로만 보인다.      


유재석은 보살이 아니다.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보기 싫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회색지대를 넓혀서 느슨한 관계를 잘 유지하니, 인맥이 점점 넓어지고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주위에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들도 모두 나에 대한 인기투표 투표권이 한 장씩 있다. 그 한 표 한 표가 모여 시시각각 내 이미지랭킹이 급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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