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01. 2023

@소통잡화점 902 <효과적인 소통의 우선순위>

@소통잡화점 902

<효과적인 소통의 우선순위>     


1.

“저는 지난주에 분명히 단톡방에 올렸어요, 오늘 3시라고 말이죠. 다시 보세요, 여기 있잖아요.”

12명 단톡방을 열어본다. 휙휙 날아다니는 이모티콘과 ㅎㅎ 사이를 헤치며, 스크롤 32번 열심히 밀어내니 그 공지내용이 있기는 하다. 그날 업무가 바빠서 중간에 그 내용을 놓쳤나 보다.     


2.

소통은 사람끼리 정보나 감정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A가 메시지를 쏘아 올리면, B가 그 내용을 정확히 받아 챙겨야 마무리된다. 사무실에 직원 숫자가 많다보니 주로 단톡방으로 공지를 올리지만, 이번처럼 펑크 날 때가 많다.      


소통의 1순위는 무조건 직접 대화다. 각잡고 마주앉아 상대방 눈을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해야 가장 정확하다. 스마트폰 보고 키득거리면서 “응, 다 듣고 있어.” 하면 안 된다. 아무리 귀로 소리가 들어와도, 정신이 팔리면 새소리 멍멍이소리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상대방 표정과 말투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숨은 의도까지 잘 읽어낸다.     


3.

직접 만나야 하는데 거리가 멀거나 시간이 안 맞으면 도리가 없다. 차선으로 2순위 전화통화를 선택한다. 전화로 타이밍 맞추기가 어려우니 동시에 말하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상대 말을 끊기도 한다. 그래도 음성대화로 소통할 수 있으니, 최소한의 비언어적 정보는 챙길 수 있다.     


전화의 결정적 한계는 얼굴을 못 본다는 사실이다. 화상통화도 있기는 하지만 대면효과를 따라갈 수는 없다. 인강수업 아무리 열심히 듣는다 한들, 현강의 효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상대의 단어선택, 문장중간의 강세와 미묘한 주저함까지 잘 파악해야 그나마 의미파악이 된다.     


4. 

만날 수도 없고 전화도 힘든 상황이라면, 이제 3순위 이메일이다. 말로 하면 3분 만에 벌써 끝났을 내용을, 일일이 글로 쓰려니 무척 부담스럽다. 무더운 여름날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부부터 물어야 할까, 너무 짧게 마무리하면 버릇없어 보일까 신경 쓸 부분이 너무 많다.     


메일의 단점은 일방통행이다. 내가 할 말을 통째로 보내면, 상대방도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또다시 통으로 보내온다. 한마디 한마디 말로 하면 금방 조율하면서 넘어갈 만한 내용들이, 기나긴 메일에서는 뜻밖의 벽에 부딪힐 때가 많다. 메일의 앞에 핵심을 쓰고 길이가 길지 않게, 제목에 발신인과 본문요약까지 넣어주면 훌륭하다.     


5.

이도 저도 다 안 된다 할 때, 마지막 남은 최후의 보루가 문자와 카톡이다. 짧은 단문장은 서로의 감정을 읽을 수도 없고, 티키타카 순간순간 상대방 의중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여러 명이 동시에 한마디씩 쏟아내는 단톡방이라면, 난장판이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소통의 순서를 정확히 반대로 거스르면서, 소통이 어렵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일단 톡부터 보내고 더 자료를 보내느라 메일을 쓰고,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건 뒤 정말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직접 만나려 한다. 영업의 고수가 문명의 이기를 무시하고, 하루에도 약속 10개 20개 잡으며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작가의 이전글 @소통잡화점 901 <인간관계의 회색지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