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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03. 2023

@소통잡화점 904 <감사인사도 질책도 타이밍이 생명>

@소통잡화점 904

<감사 인사도 따끔한 질책도 타이밍이 생명>     


1.

“어이쿠, 찌개를 다 엎어 버렸네.”

김치찌개 냄비에 숟가락을 걸치고, 대충 질질질 끌고 오려다 테이블 위에 제대로 엎어 버렸다. 조금 편하려다 기어이 사고를 치고야 만다. 갑자기 어디선가 알바생 3명이 나타나 후다닥 치우기 시작한다. 식사 마저 하시라며 찌개를 서비스로 더 담아주기까지 했다.     


2.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아차차, 고맙다는 말을 못했네.’ 이미 옆테이블 사람들이 나를 보며 수군거리고 있다. 졸지에 인성에 문제있는 배은망덕 성격파탄자가 되어 버렸다.     


‘아까 너무 당황해서 감사인사를 못 드렸네요.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입안에서만 맴돈다. 한 번 타이밍을 놓치고 나니 민망해서 차마 말을 못 꺼내겠다. 아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원래 제일 빠를 때다. 숟가락 탁 놓고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간다. 제가 실수해서 민폐를 끼쳤으니 커피한잔씩 대접하고 싶다고 말한다.      


3. 

남에게 감사인사를 하든 따끔한 소리를 퍼붓든, 언제나 타이밍이 생명이다. 코로나 걸려서 비실비실 힘든 사람한테, 지난주 업무실수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면 어떨까. 본인 실수를 인정하며 잘못했다고 말할까? 과연?

     

야단을 칠 때도 사건과의 시간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제서야 하는 말인데 지금으로부터 어언 17년 전, 눈이 많이 오던 겨울날 네가 한 말을 기억하느냐고 말한다면? 반성은 고사하고 끼익 끼익 소리만 들린다.     


4. 

“타이밍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요.”

감정변화는 누구나 바로바로 느낀다. 상대방 배려에 가슴이 따뜻해지거나, 눈앞의 잘못에 정의감이 용솟음친다. 엄밀히 말하자면 더 좋은 타이밍을 놓쳤다기 보다, 눈앞의 상황을 회피하고 한발 물러섰다는 표현이 맞다.


고마운 마음이 들 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해야 하는지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도 많다. 그냥 우물쭈물 민망해하면서 서 있기만 하면, 상대방이 고마워한다고 느끼길 바란다. 어떤 사람은 아예 고맙다는 생각자체를 안 한다. 본인이 평소에 잘해서 받을 만한 행동이 돌아왔다고 느낀다.     


5. 

마트에서 장난감 사달라고 조를 때 엄마의 가장 무서운 한마디는 “너, 집에 가서 봐. 아빠한테 다 일러줄 테니 각오해.” 엄마가 사고현장을 목격했으면 그 순간 알맞게 대처하고 끝내야 한다. 본인이 감당 못하고 우왕좌왕하면, 다른 시간대의 다른 사람에게 공이 넘어간다. 아이는 본인 잘못에 비해 부당한 가중처벌을 받는다고 느낀다.      


자, 이제 퇴근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오늘 하루종일 내가 도움 받은 일을 떠올려보자. 감사멘트를 못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오전에 김대리 덕분에 힘든 일을 잘 마무리했다고 인사하자. 퇴근하고 잠자리에 들기전 가족에게도 고마운 일이 없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 하루가 끝나기 전에만 인사를 전하면 반칙으로 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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