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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07. 2023

@소통잡화점 906 <귀에 못 박기>

@소통잡화점 906

<귀에 못 박기>     


1.

“오늘은 환자 예약이 몇 시 몇 시에 있고, 탕전스케쥴은 이러이러하네요. 다음 주 검사실 기계 교체하는 일정 다들 기억하시죠, 그리고...”


업종불문하고 잘 돌아가는 조직은 아침미팅을 한다. 물론 미팅 없이 잘 돌아가기도 하지만, 미팅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2.

아침미팅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귀에 못 박는 시간이다. 어제 처리한 일, 오늘 내일 해야 할 일, 다음 주 다음 달의 중요한 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주입한다. 어제 공유한 내용인데 오늘 구태여 또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항목들 마저 제목위주로 탁탁 짚고 넘어간다.     


지난 일의 교훈이 확실히 흡수되었고, 다가올 일이 완전히 끝나는 그 순간까지 무한 반복한다. 말하는 관리자가 매일 반복하느라 리스트를 보지 않고도 줄줄 외울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나머지 팀원들 귀에 슬쩍 들어갈까 말까다.     


3.

“아니, 한번 말하면 알아서 메모하고 스스로 챙겨야 하지 않나요? 여기는 학교가 아니라 회사잖아요.”

당신 말이 맞다. 그렇다면 안 그런 사람이 나타날 때 어떻게 할 텐가. 손가락질하고 큰소리친다고 그 사람이 갑자기 큰 깨달음을 얻을 듯싶은가.     


중간관리자든 대표 CEO든, 리더의 목적은 팀이 잘 굴러가게 만드는데 있다. 묵묵히 지켜보다가 제대로 안될 때 페널티를 던진다고, 안될 일이 저절로 잘되지는 않는다. 상과 벌은 공정하다는 느낌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업무효율을 바로바로 높이지는 못한다. 안되면 되게 하는 방법이 바로 귀에 못 박기다.     


4.

아무리 시댁일에 관심많은 사람이라도, 친정엄마 생일과 시어머니 기일을 기억하는 마음이 같을 수 없다. 같기를 바라는 자체가 과하다. 달력에 시뻘겋게 동그라미 치고, 단톡방에 알림메시지로 올려두고, 배우자가 잊지 않게 챙기는 마음이 우선이다. 함정수사는 이제 그만.     


먹고 살기 바쁘고, 내 한 몸 챙기기도 벅찬 세상이다. 내가 맡은 일도 기한을 깜빡하는 판에, 우리 팀이 다음 분기에 처리할 일을 어떻게 다 기억하겠는가. 매일매일 1초씩이라도 귀에 못질을 하면, 원치 않아도 저절로 떠오른다. 절대 까먹을 수가 없다.     


5. 

“여러분에게 알릴 중대 사항이 있어요.”

미팅시간에 회의를 하려는 리더가 있다. 집중해서 듣고 의견을 나누어야 할 일은, 여유 있는 나머지 시간을 활용하자. 아침 미팅시간을 30분 잡아먹으며, 리더가 하고 싶었던 한맺힌 말들을 우다다 쏟아내면 곤란하다.

     

김대리 업무가 마음에 안 들었으면, 어제 오후 3시 바로 그 순간에 15초 훈계하고 끝냈어야 한다. 일부러 수첩에 메모하고 꾸욱 참았다가, 구태여 다들 모인 아침시간에 공개처형하려고 들면 괜히 거부감만 커진다. ‘팀장님, 저 마음에 안 드시죠?’ 잘못에 대한 반성대신 이런 반항어린 멘트만 김대리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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